빌 브라이슨의 저서 <바디>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각 세포는 DNA를 2개씩 포함하고 있다. DNA는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고 각 염색체는 유전자라는 단위로 나뉜다. 유전자의 총합을 우리는 유전체라 부른다.
유전체의 모든 성분들은 단 한 가지 목적을 가진다. 혈통을 계속 잇는 것이다.
인간뿐 아니라 유전체로 이루어진 모든 생명체는 혈통을 잇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도 식물들도 살아가는 동안, 죽을 때까지 자손을 퍼뜨리고 지킨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합계출산율 0.8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 명의 여성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낳는 아이의 수가 한 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혈통을 잇겠다는 유전체의 고귀한 목적을 좌절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대이다.
동물이나 식물은 살아가는 의미 같은 것을 따질 능력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오직 인간만이 태어나고 죽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의미를 고찰한다. 그리고 그 고민이 유전체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를 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결정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결정이라고 말이다. 그 결정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결정을 하게 만드는 요인을 분석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결정에 대해서 '태어났으면 후손을 남기는 것이 너의 의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사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