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성공적으로 꼰대 되는 법

주제 에세이 #24. 변화

by 어슬

몇 년 전부터 부쩍 내가 꼰대임을 실감한다. '라떼는 말이야'를 마음속으로 외칠 때마다 정신을 가다듬고 입 밖으로 내뱉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 말을 하는 순간 맞은편에 앉은 친구와 나 사이에 천만년의 장벽이 생길 거라고 되뇌며 정신줄을 꼭 붙잡는다.


불과 10년 전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10년 전에도 내가 세상이 바뀌는 걸 느꼈던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나는 그보다 10년 전, 즉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세상이 어땠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20년 전에는 내가 아직 세상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제 막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가고 있던 나는, 내가 속한 세상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PC 통신으로 게시판을 들락거리고, SKY 플립 폰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조르고, 휴대폰으로 밤새워 통화를 하며, 친구들과 스티커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싸이월드에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그런 삶이 이전 시대와 얼마나 달라진 것인지 몰랐다. 그저 그런 환경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빠르게 흡수했을 뿐이다.


그렇게 겨우 익숙해졌는데 변한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20년 전의 나와 10년 전의 나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변화'를 이제 나는 인식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라떼는 말이야'가 탄생한다. '라떼는' PC통신이라는 게 있었고, '라떼는' 플립 폰을 썼으며, '라떼는' 싸이월드가 대세였다며 '세상 참 좋아졌다' 같은 말들을 후렴으로 붙이곤 한다.


그러므로,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사람, 사고가 한 시점에 고정된 사람일수록 꼰대가 된다. 지금의 세상이 제공하는 환경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한창 젊고 기운 넘치던 시기에 겪었던, 익숙했던 것들에 매여 살면 꼰대가 된다.


비단 물건이나 장소 같은 것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 시기의 인간관계, 그 시기의 덕목, 그 시기의 보편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은 '원래 세상은 이런 건데 너는 왜 규칙을 지키려 하지 않느냐'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꼰대가 되고 만다. 그 세상의 규칙이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20년 전의 나와 같은 삶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그런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그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도 세상은 변하고 있고, 나는 그 변화에 몸을 맡기고 순응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렇지 않고 흘러간 시간에 고정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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