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친구 만나러 가는 거잖아요

주제 에세이 #26. 학교

by 어슬

지독히도 공부하길 싫어하는 아이였다. 앞자리, 옆자리, 뒷자리 친구들과 수시로 수다를 떨고, 잠을 자거나, 책상 밑으로 몰래 책을 펴서 읽고는 했다. 책을 세워 들고 간식을 오물거리거나 책상에 금을 긋고 옆자리 짝꿍과 넘어오지 말라고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래도 모범생 축에 끼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툭하면 야간 자율학습, 즉 야자를 땡땡이치고 놀러 다녔다. 밤새 게임과 온라인 채팅에 열을 올리다가 날이 샌 적도 많았고, 새벽까지 놀다 잠들어 등교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춘 적도 많았다.


초중고를 통틀어 공부에 관심을 가졌던 적은 단언컨대 한 순간도 없었다.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때는 시험기간에 전과를 줄줄 외웠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서도 국영수를 제외한 모든 과목은 시험기간 일주일 전에 밤을 새우며 시험 범위 교과서를 외워 겨우겨우 시험을 봤다.


그때는 선생님이 얼마나 힘들게 수업 준비를 하시는지, 관심 없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한 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내가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을 가르치는 선생님 앞에서 참 잘도 졸았다. 어찌나 잠이 많았는지 턱을 괴고 몰래 자다 고개가 떨어지기도 하고, 엎어져서 책을 보는 척하면서 새근새근 잠들기도 잘했다.


내가 학교에 가는 유일한 이유는 친구였다. 학교에 가면 늘 친구들이 있었고, 친구들과 떠들고 놀고먹고 장난치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방과 후에 집에 안 가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다 화가 난 엄마에게 붙들려 들어가기도 하고, 숙제를 하고 다시 만나 해가 지도록 놀곤 했다.


공부를 하겠다고 독서실에 등록해놓고 독서실 휴게실과 같은 건물 1층의 편의점만 들락거리기도 하고, 부모님께 혼이 나고는 울면서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우는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많이 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그때 하라는 공부 대신 친구들을 사귀었던 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 그 친구들과 함께 했던 고민들과, 웃고 떠들었던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모든 아이들에게 그 성향과 학습능력과 소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것을 가르치는 학교라는 공간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그 안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 친구들 덕분에 우리는 사회를 알고 세상을 알고 삶을 깨우쳐나가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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