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네 뒷모습이 아쉬워

주제 에세이 #27. 여름

by 어슬

요 며칠 날이 다시 덥다. 낮에는 30도가 넘는 기온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배어난다. 태풍이 오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올여름의 마지막 더위가 아닐까 싶다.


그새 매미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저녁이 되면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나무들은 슬슬 단풍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하늘은 높고 푸르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계절이라는 가을이 오고 있음에도 마음이 허전하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해변에, 한강 둔치에, 홍대 거리에, 치킨집 테라스에 슬금슬금 젊음의 기운이 모인다. 시원스런 복장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신다. 어쩜 이 더운 날씨에도 저리 꿋꿋하게 밖에 나오는지, 불과 얼마 전 나의 모습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냥 신기하다.


그래서일까. 벌써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외출 자제 풍조에 시끌벅적한 거리 풍경이 사라진 탓인지 유독 올해는 여름이 가는 것이 아쉽다. 한 번 찐하게 모여서 회포도 풀지 못하고 이렇게 또 지나가버리는 시절이 아쉬운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든 나가서 여름의 마지막 정취를 한껏 느껴줘야겠다. 내년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 기억으로 기다릴 수 있도록, 떠나는 뒷모습에 제대로 안녕을 고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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