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에세이 #28. 사진
가끔 구글이 '몇 년 전 오늘'이라며 예전에 찍어둔 사진을 꺼내서 보여줄 때가 있다. 분명 그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내 휴대기기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인데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모습들이어서 반가울 때가 많다.
'아, 이 때는 이 사람과 이런 곳에서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구나'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혼자 회상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함께 했던 지인에게 사진을 보내주며 함께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나는 사진을 찍히는 것보다 찍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면 한사코 거절하지만, 지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남겨주는 건 좋아한다. 또 인물사진보다도 풍경이나 장소, 음식 등을 더 많이 찍는다. 요즘은 일부러 시간을 들여 하늘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다. 하루 종일 하늘 한 번 못 쳐다보고 사는 인생을 지양하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우리의 후각은 꽤나 오랜 기간 동안 특정 냄새를 기억하곤 하지만, 시각은 후각보다 기억력이 나쁘다. 눈으로 담았던 것들은 금세 잊힌다. 그래서 사진이 필요하다.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보면 당시의 일들이 연속적으로 떠오르고, 그때 함께 했던 이들과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단 한 장면을 찍은 사진인데도,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마치 동영상처럼 기억이 재생되기도 한다.
그래서 귀찮더라도 한 장이라도 더 남기려 카메라를 꺼내 들고 버튼을 누르게 된다. 사진을 찍는 것이 내 인생의 반짝이는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몇 안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