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스터디, 당근과 채찍

감사와 겸손

by 연어사리

선물가게 운영은 모든 계획이 완벽했다.

완벽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완벽했다.


무엇을 하든 구례에서는 즐겁게 지내기로 했다. 어떤 것을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할 필요도 없는데 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습관처럼 생각한다. 결론은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


삶은 재밌어야 한다. 의도치 않게 찌질할 수도 있지만 재미와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시에서 나의 지식은 매우 흔한 것이었다.

이곳에서 내가 가진 지식은 매우 특별했다.

나눔의 미덕을 좋아하지만 나눌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식을 나누면 어떨까? 즐겁게 수업을 진행하면 수업을 듣는 이들도 재밌겠지. 이곳에서 살아갈 목적을 하나 더 찾았다.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곳을 도시 재생 사업의 한 부분으로 해석하고 그 역할의 한 축이 되어 인구 유입을 늘린다고 했다. 또한 보존해야 할 환경이 많기에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목표는 잘 모른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목적은 소소하다. 가족이 있고 친구 같은 친척들이 있다. 어릴 적 알던 친구가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아이의 눈으로 보던 건물은 낡고 오래됐지만 추억이 주렁주렁 이었다. 건물은 없어졌지만 길은 남아 있고 땅이 남아 있다. 바람에 날려오는 냄새도 그대로다. 그런 소소한 사정으로 작은 역사들을 떠올리게 했다.

flowers-3876195_1280.jpg � Mabel Amber, who will one day, 출처 Pixabay

'구례에서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어떨까?

나도 여기서 사는데, '내가 여기서 살아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아름다운 관광지.

살기에도 참 좋은 곳이라면?

누릴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많다면 살기 좋은 곳이다.


컴퓨터 스터디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남아돌고 할 일이 없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아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을 알고 친구를 만드는 것은 내가 이곳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채찍질이다. 또한 당근이 되기도 한다.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것, 그것은 늘 당근이다.

당근을 와싹 베어 먹으면 상쾌해지고 힘이 솟는 느낌이 든다.


설레고 힘이 난다면 눈에 보이는 이윤이 없다 해도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할 수 있다.

"너는 초현실주의자야."

아니다. 나는 꿈을 좇는 몽상가이다.

꿈을 꾸고 그것을 따라 실행하며 생각한 대로 살아가려 한다.

게다가 나는 느림보 거북이다.

꽃놀이 가는 길에 강이 보이면 물놀이를 하고 산이 보이면 산을 타느라 한눈을 파는 한량 거북이다.


가끔은 남들이 잘 모르는 길을 선택하고 그것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라 해도 옳다고 생각하면 실행에 옮긴다.

어느 날, 사소한 것으로 그러다가 크게 번져 남편과 다퉜다. 심각한 상황에 남편은 진지하게 말했다.

"너는 늘 생각한 대로 다 이루고 사냐?"

"응. 난 그렇게 살아왔어."

어이없어하는 남편을 뒤로 한채 외출을 했다.

숟가락이 몇 개인지 밥그릇이 몇 개인지 부부싸움을 했는지 안 했는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작은 도시에서 삶은 결혼과 같다.


굳이 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했다.

내가 살았던 곳은 과거였다. 과거의 나는 아이였고 지금은 어른이다.

당근만 바라보는 아이가 아니다.

당근과 채찍을 같이 내밀 수 있는 어른이다.


어른의 삶은 스스로 만든다.

컴퓨터 스터디를 하며 나를 알리고 있다.

창작 활동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나누는 것이 행복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보지 않았다. 가르치는 일을 통해 일상이 나눔이었다. 늘 나누고 있었기에 행복인 줄 몰랐다. 스터디를 진행하며 되돌아보고 있다.

지나온 배움을 확인하고 아이였던 시간도 확인해 본다.

컴퓨터 스터디를 하며 참여자들의 반응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수업은 매월 1회 진행되기도 하고 매주 진행되기도 한다.

수업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2-5명으로 진행된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2명으로 제한을 두고 운영되며 1회성이나 수요조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수업들은 월 1회로 잡는다.


스터디도 어느덧 1년 가까이 진행되어 가고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인원이 빠질 때쯤 되면 새로운 인원이 알아서 채워진다는 것이다.

물론 간간히 광고를 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열성적이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다.

그런데도 볼 사람은 보는 것 같다.


스터디를 운영하는 것이 당근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채찍이다.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강의를 해온 내게 스터디는 학생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잊지 않는 채찍이다.

또한 배움을 원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마음과 겸손함을 일깨워 준다.


1년이 지나갔다.

또다시 1년이 다가온다.

2년이 되면 내겐 새로운 목표를 이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선택이 당근과 채찍, 무엇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른다.



사람이기에 실수를 합니다.

나의 제자분들이 나를 항상 반갑게 맞이해 주는 모습은 나를 늘 부끄럽게 합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열정에 겸손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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