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려고 노력조차도 없었다. 관심이 없으니 알려고 노력한 적 없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그만큼 자신을 몰랐다.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온 것 같다.
어린 나이에 100억대 자산가가 된 어떤 사람을 만났었는데 그때 그 사람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왜 대화하는 동안 답답해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었다.
살다 보면 그런 사람이 있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자신의 세상이 전부이고 그것이 맞다고 계속해서 말하면 듣는 입장에선 반박을 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가에 대한 판단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대화가 불가능하기에 소통과 만남은 불편해진다.
소통은 양방향(쌍방향)이어야 한다.
만남 역시 양방향(쌍방향)이어야 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환경에 노출된다. 소통이 문제가 되어 일의 진행이 늦어진다면, 소통이 잘 되는 누군가를 찾아 다시 진행하는 것이 빠르다. 시골은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사람을 만난다. 선택의 폭이 넓지 없으며 나 또는 상대방 누구라도 소통으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
도시의 언어와 시골의 언어는 다른 것일까?
아니면 시골에 오면 귀가 닫혀버리는 것일까?
환경적인 요인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빠른 결과물을 원하는 사람과 환경에서의 다름. 이전보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그러나 말에서부터 오류가 시작된다. 자신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정말 알기가 더 힘들었다. 모르는 것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잘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선 긴 설명이 필요할 때가 많았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든 잘하는 사람보다는 잘 모르는 사람이 된다고 느껴졌다. 실체는 있으나 선택적인 투명인간이 되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다.
오래된 과거, 벽화를 그린 사피엔스들처럼 창작에 도전하기로 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아이가 생겼고 출산을 했다. 결혼은 말로 듣던 것과 아주 다른 신세계였으며 정말 어려웠다. 함께 하기로 했으니, '참는다'와 '참지 않는다'를 적절히 사용하며 버텼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새벽녘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했다. 새벽시간이 나에겐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족이 있어서 행복한 것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성취한다는 감정, 결혼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다른 감정이었다. 안정이 주는 감정이 아닌 다른 열정과 자아를 갈망했었던 것 같다.
바느질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것도 계속하다 보니 늘었다.
종이책은 밤이 되면 답답해진다.
불빛이 꺼지면 무용지물이 된다. 검색을 하다가 전자책(E-book)을 만나게 되었다. 아이가 잠든 이후에도 책을 볼 수 있는 신세계였다. 온라인 서점을 잘 이용하지 않았었는데 전자책은 온라인 서점에서만 판매하니 온라인 서점은 눈요기 쇼핑의 대부분으로 바뀌었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는 모바일 속 세상이 전부가 되었다. 아이의 짧은 낮잠이 나에게도 꿀같이 달콤했다. 검색으로 알게 된, 캐릭터 인형 만들기 대회.
출판사의 책을 검색해 보니 좋아했던 이야기도 있었다.
인형 만들기 도전. 시간은 촉박하지만 가지고 있던 재료, 펠트를 동원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결과가 안 좋다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처음 도전하는 것이니 무엇을 하든 나쁜 것은 없다는 자신감이었다.
한편에선 간절함으로 준비했었다. 나의 결과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도 궁금했고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알고 싶었다. 출판사에서 축하 우편물이 도착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결과는 입상이었다. 단체와 개인, 다양하고 대단한 표현능력을 가진 분들 사이에서 입상을 했다.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한 번의 입상 경험이 있었기에 또다시 도전하여 결과를 얻어낸다면 자신을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가 미래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보다는 나아질 것이라 믿었던 학습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표현이 약해서 의사소통이 문제라면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
한 번의 입상은 마음 한구석에서도 또 다른 도전의 씨앗을 품게 했던 것 같다. 언제부터 갖게 된 마음인지 모르는 창작에 대한 열망, 그것은 '결과물로 보여주자'는 의지가 되었다.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었던 것은 제지회사에서 진행하던 어워즈(Awords)였다. 구례로 오게 되며 잠시 멀어졌다고 생각됐지만 도전해야 할 필수 목표가 되었다.
패브릭에서 펠트, 펠트에서 종이.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재료에 대한 관심사는 바뀌었고 재료에 대한 호기심은 지치지 않는 창작물이 되었다. 마감일이 다가오는데 자꾸만 결과물을 멈추게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마음은 급한데 결과물은 자꾸 원하는 대로 안되고 주변 상황도 엉망진창.
아이의 등하교로 인해 일과 육아 둘다 하루하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집중을 방해 요인이었다.
2021년 1월, 3rd INSPER Awords에서 수상 축하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출품작, '마술 같은 계단형 달력'은 아이디어가 재밌다는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았다. 단순하지만 재밌고 즐거움. 나의 기획력과 표현력은 단순하지만 실용적이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는 것은 착각이었다.
잘함과 모름 역시 확신할 수 없다.
두 번의 입상으로 잘한다는 것의 가능성을 보았다.
낯선 브런치에서 첫 시작은 모르는 '나'의 또 다른 여행지일 것 같다.
잘하는 것과 모르는 것, 구례현상점은 나의 우주선이다.
말을 잘한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주변에서도 대부분 그렇게 평가해 왔었고 나 역시 동의했었습니다.
익숙해진 곳이 아닌 다른 시작에 있어 표현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결혼이라는 관계를 겪으며 표현에 무뎌진 것 같습니다.
대신에 다른 나를 알고 잘하는 것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의 대리만족이 되길 바라는 구례현상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