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누구나 하는 거야 일단 웃자!
"너는 참 밝아서 좋다."
나를 오래 보거나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나를 표현하는 말들의 대부분은 밝다, 긍정적이다, 에너지가 넘친다 등등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준다. 곡해 듣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내가 아무 걱정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걱정이 없겠는가?
그렇다고 다른 이들이 나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고민은 그저 나의 고민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고민은 고민이 아닐 수도 있고 별일 아닐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
대부분은 좋지 않은 의미에서 영향을 받았을 거라 생각된다. 때때로 최악의 순간에서도 희망과 기회를 얻기도 하니깐 변화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생각의 차이이다.
나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코로나19가 시작된 겨울, 아이는 유치원을 졸업했고 이듬해에 학교를 입학했다.
아이의 돌봄의 멈춤과 약간의 감기 증상만 있어도 맡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때 다니던 회사는 괜찮다고 하지만 다른 직원들의 불평과 눈치를 감싸줄 수 없다고 했다. 2년 계약직(지자체의 지원금으로 진행되던 사업)을 채우면 보상이 있었으나 알면서도 다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 대신 잘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생각한 것이 바로 이루어진다면 누가 노력을 할까?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다시 준비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지역과 수업할 수 있는 시간을 정했다. 컴퓨터 강사일은 의외로 쉽게 구해졌다. 조건도 괜찮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취준생들의 수업은 풋풋한 힘을 실어줬다. 한동안은 꽤 즐거웠다.
바쁜 일상이었지만 즐거움이 있으니 모두가 좋았다. 문득, 낯설게 나타나는 몸의 이상 반응은 참을만했다. 백신을 맞은 이후, 부작용은 아니지만 체력의 편차가 많아졌다. 컴퓨터 강사일을 지속해보려 했으나 특히 운전을 하는 중간에 시야의 흐려짐이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새옹지마
(塞翁之馬)
운전 중 발생하는 시야의 흐려짐은 두려움을 가져왔다. 외부의 수업은 커리어가 우선이 아닌 조금 다른 관점을 고민하게 했다. 고속도로 운전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두려움이 생겨난 것이다.
최악은 최선의 선택을 가져온다.
때마침 외부 수업 일정들이 공백기에 들어갔다.
'구례현상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투덜거림은 계획을 지연시킬 뿐이다. 자신의 불행이나 불편을 탓하는 것은 꿈이 없을 때 갖는 생각이다. 책임감만큼 커다란 꿈이 있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 잠깐 천천히 가볼까?
지역 어플 광고를 통해 매장 정보를 입력하고 매달 2-3주 정도 유료광고를 냈다. 광고가 나가고 끝난 이후에도 일주일에 3-4건 정도 문의가 들어왔고 스터디에 참여하는 이들이 생겼다.
온전히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첫 달,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노력에 비해 시작이 좋았다.
매장이라는 말도, 점포라는 말도 어색하다.
'작업실'이라는 말이 어색함을 가려주는 것 같다.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니 생계를 위한 이들에게는 늘 이상한 곳이다.
구례 현상점은 외부에서 보이는 조용한 한가함과 달리 늘 바쁘다. 교육, 문서 제작, 소량의 인쇄물, 핸드메이드 제품들 모두가 나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멈춤은 또 다른 일의 시작이었다.
모두가 살아가기 위해 바쁘다. 노력하지 않는 이는 없다.
지구는 계속 돌고 사람은 계속해서 살아간다.
내일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작업실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 것이 있을까?
갑자기 누가 방문한다면 이곳은 어떤 곳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쉬지 않고 생각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사람을 만나려 한다.
걱정이 많다고 해서 울고만 있다면 누가 나를 알아줄까?
마음은, 삼시 세 끼만 먹을 수 있으면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밝게 웃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것이다.
작업실 운영을 결정했을 때는 '운영비만 나오면 된다.'를 외쳤지만 자꾸만 다른 결과물과 이상을 꿈꾼다.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당분간은 '삼시 세 끼만 해결된다.'를 외쳤지만 자꾸 먹고 싶은 게 많아진다. 섣부른 욕심은 책임질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가게 문을 열고 닫는 문틈으로 마주치는 이들과 밝게 웃으며 안부를 묻는다.
마시는 차 한잔을 나누기도 하고 믹스 커피를 타주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준다. 야구르트 이모는 아저씨의 온라인 강의를 해결해 주었다면서 답례로 야구르트를 한가득 나누어 주고 떡집 사장님은 감을 나누어 주신다.
오가는 사람들 중에는 동네 이야기를 전해주시기도 하고 퇴근길 마주치는 이모님은 가진 것들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그들의 손에 넘치는 것들은 내게 꼭 필요한 것이기에 놀라울 때도 있다. 때때로 그들은 가족의 기쁨을 함께 나누어 주기도 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일 수도 있으나 나는 해내고 있다. 창작가이기에 가는 길이 모두가 갔던 탄탄대로의 길이 아니지만 그 길의 디자이너는 오롯이 나다.
모천을 거슬러 올라 미래를 꿈꾸는 연어니깐.
오늘도 고민으로 울지 않는다. 대신 밝게 웃으며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며 방향을 찾는다.
글자가 주는 아름다움도 좋다.
문장이 주는 즐거움도 좋다.
나의 결과물들이 쌓여가는 '구례현상점'이 좋다.
2년을 구상했고 1년을 끌어오며 적는 글입니다.
친구가 저의 글 한편을 보고, "마음이, 찡......"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러면서 글 쓰는데 체력 보충하라고 비타민을 보내주네요.
친구의 응원처럼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