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생각하는 엄마의 뒷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대화를 할 때마다 놀라움을 선물해 준다.
꼬물꼬물 뱃속에서 젤리곰일 때가 언제였나.
유도분만일 아침, 초음파 검진 때 3.4kg으로 보통의 건강한 아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확인해 줄 때만 해도....... 막상 출산하고 나니 3.98kg이었던 놀라움을 주었던 아이는 언제 이만큼 컸나 싶지만, 초등학교 5학년이 되니 키 150cm 몸무게 55kg가 넘어가는 건장한 남자가 되고 있다.
학교 성적은 꼴찌를 겨우 면하고 학교 생활에는 큰 관심 없고 보통의 남자아이들이 선호하는 축구나 야구는 땀이 나고 덥다는 이유로 전혀 하지 않는다. 치킨 한 마리는 기본이고 자장면 한 그릇에 탕수육은 세트메뉴로 꼭 먹어야 하고 늦잠으로 인해 아침을 못 먹고 등교하는 날에는 울먹이면서 가방을 챙긴다.
저렇게 먹고 활동하지 않고 방 안에서 게임만 하고 게임 관련 그림만 그리고 레고만 하다가는 엄청 거대해질 것만 같아서 방과 후 클럽활동으로 씨름을 시켰다.
지금은 초등부 씨름선수로 등록되어 활동 중이지만 체격조건만 좋을 뿐 근육량이 턱없이 부족해 선수로서는 영 꽝이다 싶다.
그러나 씨름마저 안 한다면 너무도 거대해질 거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인지 울면서 씨름부에 참여하는 모습은 마음이 짠해진다.
먹는 거에 진심이고 활동적인 운동은 좋아하지 않지만 몸매에는 관심이 많아서 다행인 걸까.
본인도 인지하는 것 같다. 씨름마저 안 한다면 자신의 외모가 어떻게 될지 두려운 것 같다.
어느 날 오후, 아이가 학교에서 활동하는 시간인데 갑자기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님 다름이 아니라, OO가 오후에 수상식에 참여해야 해서요."
"네? 무슨 상이요? 무슨 상을 받았나요?"
"장애인 인식 개선 관련 공모전에서 포스터를 제출했는데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참석하셔서 축하해 주세요."
씨름하는 아이, 미술학원도 다니지 않고 논술학원은커녕 남들 한 개쯤은 한다는 학습지도 안 하고 학원은 오래전에 끊었다.
가끔씩 뜬금없는 분야에서 상을 받아온다.
고맙고 대견하고 미안하다.
우리 가족은 명절과 가족 생일 포함 특별한 날에는 항상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
부모님과 함께, 자매들과 함께 또는 다른 친인척들과 함께 오붓하고 조촐하게 때론 푸짐하게 그렇게 식사를 한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니 당연히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손님이 없어도 가게는 지켜야 하기에 식자재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할 겸 가게서 남편과 아이를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잠시 옆가게 사장님과 과일을 사러 다녀오는데 남편이 전화를 걸어온다.
"출발시간이라서 왔는데 어디 가는 거야?"
"딸기만 사 올게. 잠깐만 기다려."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니 편안하게 걸어서 돌아왔다.
남편이 기다리면서 활짝 웃고 있다.
웬일일까? 이상하게 불안한데.
"야, 아들이 니 뒷모습 보고 뭐라는 줄 알아?"
"???"
"울 엄마가 저렇게 예쁠 리가 없단다.ㅋㅋㅋㅋㅋㅋ"
남편은 그렇게 한참을 웃고 아들은 뭐가 그리 미안한지 쭈뼛쭈뼛 계속 변명을 한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0.1톤에 육박한다.
( 쪼금만 더 찌우면 꽉 찬 0.1톤이 될지도....ㅜㅜ)
살은 쪘고 아줌마에 반백살을 바라보지만 그래도 뒤태는 좀 예쁘고 싶었는데.
소원은 이룬 건가.
아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네가 생각하는 평상시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니?"
아들의 포스터는 1년 동안 지역관내에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되며 갤러리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아요.
그림을 잘 그린 것보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던 거 같네요.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관점이 명확하니깐 언젠가는 너의 꿈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야무진 어른이 될 거라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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