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갖고 오는 사람들

호기심을 해결하다.

by 연어사리

시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상점.

문틈으로 눈이 마주치면 하는 말이 있다.

"여기는 뭐하는 곳이데?"


유리문 양옆으로 지인들의 행사 포스터도 붙여놓고 아는 이들의 홍보물들을 붙여놓기도 한다. 간혹 아는 사람들 로고 스티커도 붙여 놓는다. 물론, 그 스티커의 디자인은 Maid in 구례현상점이다.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목적이 명확하다.

오랜 단골가게를 찾아간다.


특히나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중에 나 같은 사람은 잘 없다. 있어도 옷차림이 다르다. 활동성과 거리가 먼 구두에 긴치마, 기다란 코트를 입고 왔다 갔다. 그리고는 피곤한 듯 멍하게 앉아 있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활동성 있는 옷을 입는다고 해봐야 정장 바지나 청바지 정도이다.

그런 날은 손과 귀에 액세서리가 주렁주렁이다.


어찌 됐든 노트북 여러 개 켜놓고 TV 화면을 모니터로 연결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상점인지 사무실인지 알 수가 없다고 느끼는 게 맞다. 때때로 유리문에 붙은 스터디 일정이나 소개글을 읽기도 한다.

간혹 장식된 소품이 예뻐서 바느질 수업을 문의하기도 한다.

바느질 수업은 아직 예정에 없으나 친목모임 정도는 기획해보고 싶다.


manuscript-1614234_1280.jpg Ag Ku, 출처 Pixabay

두 달 가까이 새벽까지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늦게까지 바느질을 했었다. 바느질과 재단을 반복하다 보면 문밖에 누가 나를 보는지 신경 쓸 틈이 없다.

환하게 다 보이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는 걱정과 밤늦게 있으면 무섭지 않냐고 묻는다.

소리 지르면 다 보고 갈 만큼 방음이 되지 않는 소리가 울리는 길목이기도 하고 밤새 잠들지 않고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무섭지 않았다.


가끔 누가 보았는지 모르고 있다가 엄마가 가게에 머물다 가시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늘 지나치던 동네 이모들이 들어온다.

"야, 저번에 보니깐 누구 딸 아니랄까 봐 바느질하고 있더라."


한분이 지나고 나면 조금 있다가 다른 이모가 지나가기도 한다.

"늦게까지 불 켜져 있더라. 어여 들어가이."


이렇게 속속들이 다 보이고 있는데 무슨 비밀이 생길까?

시간이 지나자 소문이 나고 또 소문은 홍보의 역할이 되어 알려진다.

처음 얼마간은 참 열심히 인사하고 다녔었다. 다들 알면서도 인사받길 좋아했다.

지금은 서로 바쁜 것을 알기에 큰 목소리로 나누는 인사보다는 눈인사 정도로 넘어간다.

간혹,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오기도 한다.


알면서 모른 척, 부끄러운 듯 질문을 던지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

그들은 직접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컴퓨터도 알려줘요?"

"여기서는 뭐 만들어 판데?"


낮과 초저녁의 사람들은 낯선 가게에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고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얻고 간다.

늦은 밤에 오는 이들은 왜 안 들어갔는지, 지금까지 무엇하고 있었는지가 궁금한 동네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안 들어가고 뭐한데?"

어떤 날은,

"지금까지 일하면 피곤해서 어쩐데?"

"내일 안 바빠?"


처음에 동네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을 받을 때는 낯선 감시 같았다.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질문 같은 안부인사가 따뜻한 관심으로 보인다.

이제는 그들에게 웃으며 답한다.

"곧 들어갈 거예요."



어릴 적 추억, 그 먼 곳에서 시장 골목은 사람이 넘치고 물건이 넘치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지금은 배달용 차가 바쁘게 지나다닙니다. 사람을 태운 승용차도 지나갑니다.

딱지치기를 하며 뛰어다녔던 곳에서 미래를 위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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