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 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
멍한 눈과 울어서 부어버린 눈꺼풀.
삶의 힘을 잃고 목적을 잃은 듯한 푸석한 머리카락.
비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사람의 마음만이 아니고 새장 속에 갇힌 심장 또한 뛰는 것을 멈추었다.
꿈은 늘 그렇듯 어지럽고 복잡하다.
간단명료한 적이 없었다.
늘 그렇게 놀리듯 힘들게 하고 쓰러뜨리고 밀어 넘어지게 한다.
달아나고 싶었다.
꿈에서 달아날 수 있을까?
달콤한 꿈 속에서 행복했던 나를 밤새도록 집요하게 쫓아와 괴롭히던 붉은 눈동자만큼 두렵게 하는 것들이 있을까.
꿈은 늘 그렇듯 괴기스럽고 이상하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맑은 공기가 가득하지만 뿌옇게 채워져 버린 안개처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고 나를 언제나 가둬버리려 아가리를 벌리고 멈춰있는 크라켄과 같다.
며칠 그런 생각들이 또 나를 따라다녔다.
비밀스럽고 이상한 꿈.
꿈을 안 꾸는 날도 있지만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 누군가는 이게 아주 나쁜 병이라고 했었다.
내가 이겨낼 수 있을지.
답이 없고 끝이 없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세상을 감싸고 있다는 신화 속 요르문간디처럼 커다랗고 끝이 없는 듯 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입에 물고 있는 것은 거대한 자신의 꼬리이다.
<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처음 읽었을 때 난생처음 받아보는 위로를 느꼈다.
나를 위한 것만 같은 나만을 위한 교향곡 같은 웅장한 느낌의 아스라이 떠오르는 꿈의 이야기. 온다 리쿠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내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그런 이야기였다.
길이라 확신하지만 길이 아닌 것 같은 몽환의 세상에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나 조차도 믿지 못하고 헤매다가 돌아오면 원점이다.
비가 왔다가 멈췄다가 열대성 스콜처럼 오늘의 날씨는 모네스킨처럼 강렬하다.
노래가사처럼, 음악처럼 마구 내지르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솔직함과 진실이 있다.
마음의 소리를 남겨보고 싶었어요.
별거 없는데 마음대로 지껄여보는 그런 이야기.
지금까지 매일 꾹꾹 누르고 숨기고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마구 외치고 싶은 날들,
날씨조차도 내 마음과 같은 그런, 오늘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