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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석 Myste Lee Dec 30. 2015

사랑하면, 변화란 마법이 일어난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Relationship)

오랜 시간 동안 겹겹이 쌓여온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잘 바뀌지 않는다. 매년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해도 태만했던 우리는 일주일을 못 가고, 졸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어도 10분만 지나도 꾸벅꾸벅 졸려온다. 우리의 단점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에이! 생긴대로 살자! 라며 포기하기 일수다. 삶에도 생각에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 듯이, 우리의 생각은  좀처럼 잘 바뀌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잘 바뀌지 못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장 어려운 일은 서로에게 맞춰가며 변해가는 일이다. 나는 이 일이 참 많이 어려웠고 지금도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다. 교육계에 들어와 13년을 일하고 있지만, 누군가를 교육한다는 일, 그리고 누군가에게  교육받는 일이 여전히 어렵고 낯설다. 나는 강의 시작에 항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책 한 권으로, 강의 한 번으로 우리의 인생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용써 봅시다” 조금 찔리는 건 사실 용을 써도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집에 있는데 아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되면 자신을 데리러 오란다. 잠시 후에 나는 씩씩거리는 그를 마주했다. 아내와 싸웠단다. 그는 두 번의 결혼을 했다. 첫 번째 결혼생활은 아내의 외도로 깨져 행복하지 못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허우적 거릴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문제는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시작해 계속해서 삐그덕 거리는 거였다. 아내와 결혼을 결심하면서 정말 잘해야지, 이번에는 잘 지켜야지 했지만, 사랑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자주 싸워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날은 다시 집으로 들어갔지만 그 후로도 꽤나 오랫동안 내게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나는 그가 왜 자주 싸울 수밖에 없는지 알고 있었다. 우리들 사이에서도 그의 성격이 유별나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 평소 철학은 심플하다. “나만 잘하면 된다”다. 이것만 지키면 남한테 피해줄일 없고  문제없다라고 믿으며 사는 사람이었다. 소위 성공한 의사가 되기까지, 또 어릴 적부터 부모님 밑에서 크면서 이 사람의 생각에는 나만 잘하면 모든 것이 다 괜찮다, 생각했던 거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 세상엔 나만 잘해서는 이루어지는 일들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곧은 생각 때문에, 누군가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하는 상황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꾸지람을 하거나 네가 문제라는 말로 지적질을 일삼았다.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은 누군가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힘듦이 많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멋진 이 사람을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변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인상을 쓰며 힘들어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마치 다른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날을 잡고 그에게 사람이 달라진 거 같다고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빙그레 웃으며 그가 이야기했다. 그 날 이후 몇 주 동안 너무나 힘들어 진료도 보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죽상을 하고 돌아다니자,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을 아끼던 사람들이 와서 한 마디씩을 했단다. "넌 너무 이기적이야." "세상을 어떻게 혼자 사니" 같은 류의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 짓을 할 때에도 떳떳했던 사람이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는 평소에 이불 개는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하지만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한 번도 이불 개기를 미룬 적이 없었다. 청소부터 빨래까지 그 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할 일을 정해놓고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힘들어도 꾹 참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날도 잔소리를 듣기 싫어 이불을 개고 있는데, 문뜩 이불 개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단다. 자신은 단순히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했는데, 그 행동을 본 아내가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랑하는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잘하고 싶다가 되니 같은 행동이 다른 의미가 되어버린 것을 체험한 것이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예외도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 서있는 우리들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만큼은 다른 사람이고 싶어 진다. 다른 사람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우리 자신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물론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마법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든다.  

용쓰고 싶어 진다.


글_사진_Myst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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