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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석 Myste Lee Dec 14. 2015

잊지 마세요 당신이 누군지.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Relationship)

나이를 차근차근 먹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피곤해”. 몸이 딱히 어느 한 곳이 아프다거나,  마음속에 딱 걸리는 게 있으면 풀어라도 볼 텐데, 도무지 어디서 어떻게 막혀서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그럴 때 가장 극적인 표현 “피곤해”. 뭐가 피곤하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할 순 없지만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지는 그때를 요즘 자주 만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신경질을 내고, 아끼는 사람에게 구겨진 종잇장처럼 얼굴을 구긴다. 세상 어두운 길은 혼자 다 걸은  것처럼.


그러다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피곤하다고  말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세상 밖으로 뛰어나가 하루 종일 내 일을 하면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을 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는다. 1:100 퀴즈보다 더 어렵다. 나 정말 피곤한데 왜 피곤한지  알아맞혀 보라며 성질을 부린다. 이해를 못해주면 그 성질에 곱절 보태서 더 성질을 낸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나를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끼는 사람에게 힘들고 지친 피곤한 우리의 날것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속으로 소리친다. 온 힘을 다하여 “나를 알아봐 주세요"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난 늘 비교의 대상이었다. 잘난 가족들 때문이었다. 이 가족들은 나를 너무나 사랑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나를 무능력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아무도 내 가치를 알아봐 주지 않는 것 같았다. 명절이 되면  그 누구도 비교하지 않지만 스스로 비교해 작게 만들었다. 가족의 성공에 진심으로 축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는 그대로인데, 저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러지 못할까 두려웠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 안에 담겨있는 눈빛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도 내게 대놓고  비교하지 않았다. 나는 내 스스로 비교하며 비참하게 또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를, 아무도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지를. 그리고 그 사슬을 스스로 만드는 초라함까지. 모두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사람은 그렇게 꼭 나를 누군가와 함께라는 관계 속에 넣고 나 자신을 생각한다. 그리고 괴로워하며 스스로를 무너트린다. 내가 못하는 것에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는 하는데 왜 나는 못한다로 아파한다. 누가 정해 놓은지 모르는 그 수많은 기준에 우리의 행복이란 기준을 두고 스스로를 판단해 불행의 늪으로 빠트린다. 그리고 그 깊은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랑하는 사람마저 늪으로 빠트린다. “피곤해”라는 말로 세상 모든 힘듦을 사랑하는 사람 앞에 가져다 놓는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만남을 가지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와 함께”에서 시작하는지 알지만 사실은 아니다. 내 스스로와 관계를 맺는 것부터 시작된다. 나는 무슨 색을 좋아하며 나는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한지. 나는 어떤 장소를 좋아하는지, 무슨 이야길 들으면 슬퍼지는지, 내 안에 해결해야 되는 여러 가지 고민은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잘 아는 거 같은가? 하지만 당신은 아직도 나 스스로를 잘 모를 가능성이 높다. 나를 모르고서는 그 누구와도 관계를 가져 갈 수 없다. 왜냐면 당신은 또 세상 모든 비루함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나를 알아 달라고 외칠 것이기 때문이다. 잊지 마라.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당신 앞의 누군가가 아니라 당신이다. 그리고 심지어 당신은 꽤 매력적이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거 보다 잘생겼고, 아름답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고 이뤄내고 있다. 잊지 마라 당신은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인 사람이다. 두 명은 없다. 죽어도 둘이 될 수 없는 최고의 한정판이다.


제발 잊지 마라, 누군가에게 당신은 존재 자체가 기쁨이다.



추신: JESSIE J "WHO YOU ARE"이라는 곡을 추천합니다

http://youtu.be/j2WWrupMBAE

이 곡을 추전 해준 사람에게  

한 번 더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에디터님께서 제 글을 선택해주신 덕분에 너무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이라는 것은 누군가 읽어줄  때부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모든 글에 생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_사진_Myst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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