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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석 Myste Lee Dec 13. 2015

만남은 늘 대가를 요구한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Relationship)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북적거리는 곳에 가는 것은  싫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뭔가를 같이하는 걸 좋아하지만, 귀찮을 때도 많다. 그 속에서 수많은 것을 얻고 배우지만 또 그만큼 많은걸 내어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얘는 왜 이렇게  살지?라는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함께 하기 위해 책임져야 할 것들, 가지고 가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감은 늘 힘들다. 공짜 좋아하면  안 되는데 공짜가 좋다. 



어릴 적 친구들에게 내 별명은 ‘괴짜’였다  친구들보다 선생님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재수없지 않나? 나는 교실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했었다. 방송반에 들어가 선생님들의 일상을 촬영해 방영하거나, 선생님 한 분 한분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어 대는걸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들은 무엇인가를 내게 꾸준히 요구하지만, 선생님들은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 뭔가를  요구하기보다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셨던 거 같다. 물론  그중에서 공부라는 녀석은 안 주셔도 된다고 극구 사양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는 영원할 수 있지만 선생님들과는 그러기가 힘들다는 것을, 주는 것 없이 받기만 바라다가는 결국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내게 늘 무엇인가를 주려고 했던 선생님들 보다 내게 늘 무언가를 요구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내 곁에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도 나에게 뭔가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을 난 친구라고 부른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준다. 받는다. 의 개념을 넘어서서 그렇다면 언제 주고, 얼마큼 주어야 하며,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받아도  되는지부터, 무엇을, 왜, 참 많은 것을 따져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받아놓고도 끊임없이 의심한다. 혹은 고마운지 모르고 살기도 한다. 주변에는 사람을 만나고 무엇인가를 공유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 주고 아무것도 안 받고 싶어 한다. 회사 동료든 선배든, 친구든, 여자친구든, 남자친구든 누군가와 관계하는 것이 귀찮음을 넘어서서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사람을 피해 직장을 옮기고, 사람에게 상처받아 스스로를 방안에 가두고, 사람으로 지쳐 쓰러진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결국 너를 일으키는 것도 사람일 것이다”라고 

만남은 버스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가만히 있는데 오는 만남은 없다. 목적 없는 만남도 드물다. 꼭 버스정류장까지 가야 하듯, 우리는 거기까지 최소한의 행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버스를 탄다. 삑 소리와 함께 요금을 낸다. 그 사람을 만나는데 드는 최소한에 마음 비용이다. 하다못해 머리에 왁스를 바르든,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든 우리는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 만남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버스를 탈 수 없다. 또 한 버스를 탄다 하더라도, 한 정거장만 갈 수도 있고 종점까지 갈 수도 있다. 만남의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이가 길어지는 만큼 우리는 또 다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멀미가 나 어지럽기도 하고, 기다림도 있을 것이다. 가끔은 그 사람 너무 매력적이어서  너무나 많이 올라타 숨 막힐 수 있고, 지금 딱 에어컨을 켜줬으면 좋겠는데 안 켜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걸 못 견뎌 내려버린다. 그리고 다른 버스를 찾는다.


그렇게 우리는 살면서 여러 버스를 만나고 탔다가 내린다. 그러다 우리의 삶 속에서 나에게 꼭 맞는 노선을 찾아낸다. 그 버스를 아주 자주 이용하게 된다. 버스는 늘 목적지가 있다. 사람이란 버스의 목적지는 각기 다르다. 가르침, 즐거움, 위로, 공감, 쾌락, 슬픔, 아픔. 그리고 내게 그것이  필요할 때마다 우리는 그 버스를 탄다. 하지만 잊지 마라, 늘 타는 노선이라도, 탈 때마다 대가를 지불한다는 사실을, 탈 때마다 멀미와 기다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또 시간이 지나면서 요금도 조금씩 오른다는 사실도. 


관계는 늘 대가를 수반한다. 만남은 대개 그러하다. 아픔은 당연하다, 너라는 버스를 타는 누군가도 아파하고 있다. 때론.


글_사진_Myst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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