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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 May 04. 2024

동대문에서 잘 팔리는 옷 만들기


도매를 운영하는 매장들이 가끔 운이좋게 큰 거래처를 거래할 기회를 갖게 된다. 초보 엠디들이 아무 조건없이 예쁘다고 샘플을 요청하는 경우가있다. 신입 MD는 선배에게 '뭐 이런걸 들고왔냐'고 혼나기도 한다. 보낸 물건을 풀지도 않고 반품이오는것이 이런 경우일수 있다. 큰 거래처를 잡을수있는 작은 실마리가 될수있다.






옷은 자신이 느끼기에 약간의 열정을 쏟았다 정도로 만들면 된다. 그래도 약간은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약간 대충 만들어도 될까 싶을수있다. 내옷이 많이 예쁘면 좋다. 그런데 거래처 입장에서는 그저 상식적인 판매가격과 디자인이면 된다.






무수히 많은 디자인이 동대문시장에 돌고 돈다. 디자인은 바이러스처럼 퍼져 하나가 두개가 되고 두개가 10개가 되기도 한다. 거기다 온갖변형이 더해진다. 엇비슷한 디자인들이 무한하게 등장한다. 이 상가 저 상가 다 있고 밤시장 낮시장 번갈아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로 감흥이 없다.모두다 그 옷이 그 옷처럼 느껴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컨셉에 비해 동대문의 매장갯수가 너무 많은것이 문제이다. 컨셉이 50개가 존재하면 전체 매장의 갯수가 매장에 50개있으면 참좋겠는데 동대문의 도매매장은 일만개가 넘는다. 만개 나누기 50을 해보면컨셉은 안겹칠수가 없다. 다 같은 조건에서 나만 돋보이는것이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라는것을 알수있다. 거의 불가능하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거래처가 많아지면 그때부터는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수가있다. 그때는 예쁘고 품질좋게 만들면 된다. 단가가 조금 비싸도 많은 거래처중 누군가가 잘 판다. 카피해도 잘 팔린다. 공장에서 샘플과다르게 실수로 옷을 뽑았는데도 잘팔린다.막내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도 대박이 터진다. 그 막내디자이너는 그것을 자신의 실력이라 믿고 자신감이 넘쳐 다른곳에 이직하거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경우도있다. 이직하고 한두달 지나다보면 알수있다. 내 실력으로 옷이 나간것이 아닌것을 뒤늦게 알게된다. 잘파는 도매 라벨의 효과다.






거래처가 많으면 신기하게도 대충만들어도 잘팔린다. 심지어 그저 입을수만 있어도 팔린다. 이상한 일이지만 사실이다. 대부분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누군가는 이 대충 만든 디자인을 카피하는 사람도 생긴다. 결과가 어떤지는 해보지 않아도 알수있다. 가끔 좋을수도있다. 이것이 내가만들면 안나가는 결정적인 이유다. 전후 사정 모르고 옷을 만들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잘 팔리는 옷은 이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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