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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Mar 18. 2023

얼굴 수난시대

일기 2

작년은 얼굴 수난 시대였다. 넘어져서 이마를 꿰매는가 하면 대상포진이 얼굴을 덮쳤다.  수난들은 진한 자국으로 남아 급기야는 거울을 보기 싫을 정도가 되었고 더는 참을 수가 없어 6개월 만에 병원으로 향했다. 그다지 예쁘지도 못나지도 않은 얼굴이라 팔다리처럼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흉터가 생기고 나니 그동안 없었던 외모에 대한 관심이 온통 얼굴에 쏟아진다. 흉터가 없고  눈코입이 제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축복이었구나 싶다. 예쁘고 말고는 아주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여행도 가고 싶고 노트북도 사고 싶은데 그 돈이 다 얼굴을 예전으로 되돌리는 데 쓰였다. 얼굴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쓴다는 건 내 인생에 없을 일일줄 알았는데 참 인생은 단정 짓고 살 수 없다. 의사 선생님이 젊은 사람이 대상포진에 걸리는 경우는 잘 없는데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냐고 다정하게 물어보셨다. 나쁜 사람을 만났고 도망쳤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더 많이 지져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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