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엄마가 입으면 배꼽이 훤히 보이는 손바닥만 한 옷을 잠옷으로 입으라며 내주신다. 쿠팡으로 주문했는데 이렇게 작을 줄 몰랐단다. 가슴에는 미드나잇 인 파리라고, 그 밑엔 작은 글씨로 파리는 빗속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적혀 있다. 이걸 고른 엄마가 너무 귀엽다.
역시나 쿠팡으로 주문했다는 마사지기로 목과 어깨를 풀면서 고꾸라지듯 잠들었다. 이 외에도 곳곳엔 쿠팡의 흔적이..엄마의 별명을 쿠팡녀로 지어줘야겠다. 오늘따라 남편의 숨소리가 너무 커서 새벽에 깼다. 운전하느라 많이 피곤했나 보다. 깰까 봐 몸을 살짝 뗐는데 곧바로 내 배에 손을 얹는다. 잠든 와중에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게 귀찮으면서도 너무 귀엽다.
오늘 또 한쌍의 부부가 탄생했다. 결혼식은 역시 만고 쓸모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다가 식이 끝날 무렵이 되니 어느새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주례사는 주기적으로 들어주면 결혼생활에 아주 큰 도움이 되니 밥만 먹고 오지 마시길! 부부 위기 상담 같은 거 받으러 갈 일이 없을 거예요.
신랑 신부가 서로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들을 보고 있자니 다 큰 어른 둘이 뚝딱이며 같이 연습했을 모습이 상상이 가서 너무 귀엽다. 어찌 보면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 전체가 결혼식인 것 같다. 지나고 보면 식 그 자체보다 준비하던 시간들이 더 기억에 남고 소중해진다. 부부로서 함께 치르는 첫 프로젝트니까 말이다. 출발하는 부부를 보면 응원의 마음이 샘솟는다. 어린아이를 볼 때처럼 무조건 무조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드는 것이다.
고운 한복을 입고 처음 보는 내게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신부의 얼굴에서 5년 전의 내 모습을 본다. 나는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어서 끝내고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은데 이 신부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식 끝나고 가락시장 가서 회랑 맥주 먹었다.
오늘은 귀여운 순간이 많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