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지 1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업계에서 오래 일해도 새로운 일 앞에선 모르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이론 같은 건 배운 지 너무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배웠으니 알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일했던 영역은 모션그래픽과 그래픽 디자인인데 촬영과 편집도 비슷하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영역을 옮겨 촬영, 편집을 시작한 지 이제 3년이 되었는데 이제야 이들이 비슷한 것 같아도 완전히 다른 영역임을 깨달았다. 그냥 완전히 다르다. 이것도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이겠지. 영상을 진지하게 하려면 영상을 부가적으로 하는 곳 말고 영상 프로덕션에 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어쨌거나 난 몰랐고 다시 돌아가도 모를 것이고 이미 시간은 흘렀다.
어떤 영역이든 실무를 하면서 배우는 거라고는 하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제대로 알고 작업하지 않으면, 더군다나 사수가 없는 일인 제작자라면 잘못된 방식으로 계속 작업하게 되니 조금도 늘지 않는 것 같다.
대학 때 봤던 전공책들을 다시 도서 장바구니에 담아 넣으니 그때 조금 더 열심히 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4년 동안 대학에 돈 갖다 버렸다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하곤 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이런 자조적인 말도 이젠 하지 말아야겠다. (근데 커리큘럼이 좀 이상하긴 했다.)
요즘 편집을 하면서 기본이 안되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급박한 일정에도 기본을 지키면서 작업할 만큼 체화되지 않았달까, 끝나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요즘은 필름으로 찍는 것도 아니고 디지털로 찍어 푸티지가 많으니 붙이지 못할 컷은 없다는데 글쎄, 난 잘 안 붙는다. 그 이유는 쓸만한 푸티지가 없어서일 때도 있고 스토리보드가 애매할 때도 있고 정말 시간이 부족해서일 때도 있다. 그래도 그런 핑계를 댈 수 있으려면 씬을 배열하는 나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어떤 것이 잘못됐는지 논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해야겠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 공부를 하기로 했다. 하다 보면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겠지.
그리고 함께 얘기 나누며 작업할 동료가 갈수록 정말 필요하다. 혼자 있는 것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모니터 앞에서 매일 홀로 딸깍딸깍, 너무 외로운 직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