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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Apr 23. 2023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가슴에 난 상처가 성가시다.

벌레에 물렸나 보다 했는데 안쪽으로 염증이 차오르고 피딱지가 되었다 떨어졌다 반복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피부병인가 보다.


요즘은 매일 내 몸을 본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신체적으로는 어딘가 한 부위씩 잃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탈락의 과정은 내가 완전히 소멸되기까지 멈추지 않는다. 싱그러움으로 터질 듯 잔뜩 부푼것이 20대의 몸이라면 30대부터는 조금씩 바람이 새어 나가기 시작한다. 잠든 사이 아주 미세한 바늘로 누군가 살짝 찌르고 간 것처럼 아무런 예우가 없어서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구멍으로 빠져나오는 것은 많지만 그곳으로 무엇을 넣을 수는 없다. 신체에서 새로이 생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청춘과 젊음만 찬양하는  이상한 세상에선 아무도 노화의 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강한 생명력에 끌리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라지만  그것만 존재하는 것처럼  필요는 없을 텐데, 세상은 20대와 노인만 있고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멸종한  처럼 대한다.


나의 경우에는 노화가 머리끝부터 시작되었다. 나열해 보자면 새치라고 생각했던 흰머리들이 점점 늘어나 뽑기로 해결하기에는 머리숱을 걱정해야 할 때가 왔고 정수리도 조금 휑해졌다. 조금 내려가면 이마에 실타래처럼 미세한 잔주름이 보이는데 처음엔 이마에 난 잔털로 착각하고 내버려 두었으나 그 털은 깎아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톡스나 필러 그 어떤 현대 의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된 후로 하루에 다섯 번도 넘게 수분크림을 바른다.


그다음은 눈이다.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이건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라기보다는 침대에서 불 끄고 핸드폰을 본 게 원인이다. 이런 나쁜 습관은 애초에 눈에 행하는 범죄 행위라 생각하고 유혹에 굴복하지 말아야 할 텐데 난 마치 각막이 열 겹은 되는 사람처럼 요즘도 매일 굴복한다.


그 다름은 팔자 주름, 길어진 인중, 목주름, 자주 탈이 나는 잇몸, 얇아진 손과 팔의 피부 등등 말하자면 많은데 그래도 아직 변하지 않은 게 더 많다은 것을 위안 삼는다. 근육과 뼈는 의외로 오래 버텨주는 것 같고 몸통도 상처 하나 없이 뽀얗다.


그런데 괜찮다고 생각했던 이 몸통에 염증이 생기다니. 소나기가 내리기 전 첫 빗방울 하나 양철 지붕에 툭 하니 떨어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싶진 않다. 몸에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들을 보고 있자면 언젠간 맞이할 죽음이 너무 놀랍지 않도록 천천히 준비시켜주는 신의 배려 같기도 하다. 준비의 시간이 너무 길다 싶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 모든 과정이 한 번에 들이닥치는 것보다 백번 낫지 않은가.


예전엔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었는 이것도 미련이고 집착 같다. 젊어 보여야 하고 젊은 감각을 유지해야 해야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괴상한 요구같다. 그것보단 생소하지만 누구나 겪게되는 이 과정들을 침울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나이 들어 봐라.’ 라는 자조적인 말로 일갈되지 않도록, 이 신체의 변화를 신비롭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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