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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Apr 24. 2023

피지 않은 계절

애매한 계절이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 잎사귀는 미처 다 돋아나지 못했고 바통을 이어받듯 피어야 할 꽃들도 아직 피지 않았다.피었다 떨어진 건지, 피어나고 있는 건지 듬성듬성 바람에 뜯긴 모양새.

봄에 이렇게 비가 자주 내렸었나 싶을 정도로 흐린 날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 잠깐 맑고 내일부턴 또 비가 올 거란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애매한 날씨가 뛰기엔 최적인 날씨라 30분을 달렸는데숨이 차지 않았다.

옆 길엔 최근에 강한 바람이 불었었는지 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나무 주변으로 지난번보다 훌쩍 자란 잡초들만 무성하니 곧 풀 벤 향기가 이 길을 가득 메우겠다. 그나저나 저 기울어진 나무들도 베어질까.


달리기는 오래전에 시작했다. 감기가 걸렸을  감기약을 먹는 것처럼 우울함엔 달리기가 최고의 약이다. 생물학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건강해졌음을 느낀다. 시작은 날듯이 가볍지만 숨이  무렵엔  몸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고,  시점이 지나면  속을 뛰는  같은 황홀경에 이른다. 그땐 나의 몸도 없고 고통도 없다.


인스타그램에 연애를 시작했다는 친구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피드를 보니 사별로 괴로워하며 썼던 지난날의 글들은 모두 없어지고 달리기를 하고 글 쓰고 공부했던 일상들만 남아있다. 아직 피지 않은 계절 사이의 우리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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