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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Apr 28. 2023

취향을 알고 있나요

퇴사일지

오전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보통 6시에 일어나는데 성경 읽고 기도하고 남편과 가볍게 식사를 한다. 그리고 운동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후 귀가하면 아홉 시반, 지금은 열한 시 반이고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유튜브를 한 번 켜면 헤어 나오기가 힘들어 이 시간에 영화나 한 편 보는 게 낫겠다 싶어 오전에 영화를 잔뜩 받아뒀다. ott서비스는 끊었다. 찾는 영화들이 잘 없기도 하거니와 시리즈온에서 한 편씩 사서 보는 것도 양이 많다 보니 만만찮게 나가서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하나는 해지했다. 


요즘은 무얼 해야 할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내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경제활동으로까지 이어지면 이상적일 텐데 그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작업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가진 건 카메라 하나, 몸뚱이, 그리고 시간. 이 세 가지 자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취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유행에 휩쓸려 이런저런 물건들을 사다 보니 뒤늦게 나의 취향을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집엔 취향 과도기에 모인 물건들이 많다. 쓰임은 있는데 정은 안 가서 볼 때마다 언젠간 꼭 바꾸리라는 결심만 하게 되는 그런 물건들. 취향을 알고 나니 물건을 살 때 드는 고민의 시간이 짧아졌다. 나이가 들면 엄마들처럼 꽃무늬에 화사한 옷과 그릇이 좋아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군더더기 없고 쓰임이 확실한 물건이 좋다. 그런것들이 아니면 들이고 싶지 않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했던 결심들을 돌이켜보게 된다. 선배들이 그랬고 나 또한 했던 얘기지만 회사에서 일을 할 땐 자아가 없다고 생각하고 일을 하라고 말하곤 했다. 그것이 전혀 틀린 말도 아니지만 완전히 틀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당장의 괴로움은 면하겠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와 괴로움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개인작업을 통해서라도 해소해야 한다. 걔다가 창작자라면, 시간이 흘러 기술은 늘더라도 누가 지시해 줘야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있는 자아를 어떻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자아를 스위치처럼 필요할 때만 켜고 끌 순 없다.


내 지난 작업들은 마치 취향을 알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산 물건들과 비슷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생각해 보게 되면서 이전 것들은 버리고 나를 조금씩이라도 담으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아직은 버리고 싶은 것들이 더 많다. 앞으로 하는 작업들 하나하나 신중하게 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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