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as May 01. 2023

‘나도 살고 싶다 보람 있게 살고 싶어!’

주간일기

지난주엔 심플하게 살았다. 아침엔 달리고 오후엔 웹페이지 만들고 저녁엔 영화를 봤다. 세 편 봤다. 지구 최후의 밤, 나이트메어 앨리, 리코리쉬 피자. 앞서 본 두 편의 영화 때문에 내리 요상한 꿈만 꾸다가 리코리쉬 피자 보고 정말 오랜만에 웃으면서 잠들었다. 아, 영화 없음 어떻게 살지.


그리고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체호프 단편선, 이라고 멋있는 척을 하고 싶은데 읽다 말고 유튜브 추천에서 뜬 ‘몰입’이라는 자기 계발서가 눈에 띄어 내리읽었다. 체호프 단편 <약혼녀>에서 ‘나도 살고 싶다. 보람 있게 살고 싶어!’라는 대목을 읽다 잠깐 멈추고 유튜브를 켰던 건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제 내 전자책에까지 침투한 걸까, 그럴 리 없겠지만 조금 무섭다.


아무튼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몰입할 수 있다, 목표를 정하고 생각을 끊임없이 해라인데 정말 그게 될까. 내가 이제껏 경험한 바로는 몰입할 수 있는 최고의 장치는 마감밖에 없는데 마감이 없어.


토요일엔 피크닉에서 하는 프랑수아 알라르 전시를 봤다. 전시 중반부에 이르면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그중 잠깐 삽입된 사울레이터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뜬금없이 울컥했다. 마음속에 오로지 사랑만 있는 사람처럼 사울레이터의 늙고 인자한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울 때였다. 겸손함과 수줍음이 담긴 표정에서 그가 살아온 세월이 짐작이 갔다. 어떻게 하면 저런 표정을 지니고 나이가 들 수 있을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많이 찍었다. 세상에 모든 건 사진으로 찍힐 만하다는 그의 말을 뷰파인더가 증명해 주길 바라면서.


오래전에 알았던 두 사람이 최근 내 꿈을 꿨다고 무슨 일 있는 건 아니냐고 이틀 사이로 나란히 연락이 왔다. 한 명은 무려 13년 만에 연락이 왔는데 답장은 안 했다. 나 말고 본인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몇 년간 연락 없다가 뜬금없이 연락하는 사람들 심리가 뭔지 설명 좀 해줄래 순곰아.


 그리고 요즘은 여러 사람에게서 자주 혼이 난다. 먹고살려면 영업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냐는 맥락인데 너무 느려서 그렇지 하루하루 뭔갈 하며 애쓰면서 살고 있다. 오늘여성 기업 신청 때문에 처음  면담 선생님이 고정 매출처를 묻길래 아직 없다고 했다니 정말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이런 식으론 얼마   망할 수도 있다는 막말을 했다. , 그건 저도  알아요. 제가 가장  되길 바라는 이는 바로바로 저라고요. 자영업자에게 SNS 없는 삶은 삶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사진   올린다. ‘나도 살고 싶다 보람 있게 살고 싶어!’






작가의 이전글 취향을 알고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