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거리 400여 미터인 운동장에서 타자가 친 야구공이 반대편에서 꼼짝 않고 서있는 외야수의 글러브로 자동으로 들어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운동장 크기 대비 공의 크기를 비교했을 때 0.000000000001%?
타자를 마주했단 설정 때문에 엄청 많이 줘도 대충 0.1%?
누군가 내기 돈을 걸라면 난 0.1%에 걸겠다. 왜냐. 내가 그 확률을 뚫었으니까. 그것도 두 번이나.
그 한 번은 초딩 고학년 때 출범한 프로야구 붐에 같잖은 소프트볼을 갖다 버리고 하드볼로 야구하던 때였다. 거의 매일 하던 야구를 그날따라 웬일로 쉬고 운동장 끝자락을 따라 하교를 하던 중이었다.
‘깡!!’
알루미늄 배트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잽싸게 웅크리고 앉았다. 머리까지 쥐어 싸고 말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도무지 이해 못 할 행동이었는데, 초등생 애가 친 타구가 직선으로 날아 올 리도 없고 높은 타구를 보고 얼른 자리를 이동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왜 그런 멍청한 동작을 취한 걸까? 그 불안감의 정체는 뭐였을까? 여하간 그렇게 웅크리고 공이 지나가길 기다렸는데 공은 0.1%의 확률을 뚫고 정확히 내 오른쪽 옆구리에 꽂혔다.
“끄윽!!”
난 총 맞은 놈처럼 피식 고꾸라졌고 운동장에 있던 놈들은 다 뒹굴었다. 그건 마치 축제
때 물 풍선을 기다리다 정통으로 물벼락을 맞는 놈처럼 멍청해 보였을 것이다.
또 한 번은 고딩 때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던 중 이충희 흉내를 내며 점프 슛! 퍽!!
삼 점 슛을 쏘느라 잔뜩 늘어진 내 오른쪽 옆구리를 또 야구공이 강타했다.
흡!! 켁!!
점프 후 바로 고꾸라졌다. 같이 플레이하던 친구들 다 ‘쟤 왜 그래?’ 하는 표정으로 날 내려 봤다. 대학교 운동장보다 큰 우리 학교 운동장 끝에서 친 타구가 반대편 끝에서 점프한 내 옆구리를 파고든 것을 그들이 봤을 리 없었다. 야구배트를 쥔 새끼가 달려올 때 원수 진 놈이 죽이러 달려온 줄 알았다고만 했다.
99%가 큰 거 같지? 0.1%의 확률을 뚫는 경험을 두 번만 당해 봐라. 0.1이라는 숫자만 보인다.
경험은 확률을 지배한다.
확률문제가 아니라 그저 재수 없는 거라고?
맞다. 동의한다. 불길한 예감은 쓸데없이 잘 맞는 것처럼 난 내 지독한 불운을 믿으므로 확률 제로에 가까운 로또는 그래서 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