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Jan 03. 2020

어른의 고백

좋아한다 말도 못하고

일로 만난 관계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성애적 끌림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 말이다. 주로 혼자서 일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나는 더 처절하다. 가끔 정말 괜찮은 분을 만나면 "우리 언제 커피한잔 할래요?" 라고 말하고 싶은게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어쩌다보니 주위에 별로 사람도 안남았고, 비슷한 필드에 있는 또래 친구가 너무 간절한데, 이런 내 간절함이 더 부담이 될까 서둘러 감추기 바쁘다. 결국 약간의 친절을 베풀고 사무적인 대화만 하다 뒷걸음질 살살 치며 내빼버린다. 


최근에 알게된 A과장님 때문에 이러고 앉아있다. 과장님은 유능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선하고 친절하며 매너가 좋은 분이시다. 내가 속으로 흠모한지 며칠 되었다. 하지만 가끔 간식 같은 걸 건네드릴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하자니 내 소셜스킬이 심히 모자라다. 차라리 플럿팅을 하라면 잘 할 수 있다. 그건 10년 동안 쌓아온 내공이 있거든. 잘 들이대고 까이는 것도 맷집이 있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일로 만난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당신과 정말 친해지고 싶어요. 제가 잘해드릴게요!!!"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고민만 하던 찰나에 B과장이 A과장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둘은 이미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된 모양이었다. B과장에게 깊은 분노가 일었다. 그는 나보다는 더 '무난한' 성격이라 그 부분에선 우위에 있다.  B과장이 어떤 감언이설로 A과장과 라포를 형성했는지, 왜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지 알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난 속으로 씩씩거리고만 있다. 왜 둘이 먼저 친해진거냐고!!!!


평생 쿨한 척 하고 살더니, 결국 이렇게 찌질한 스스로만 재발견하고 있다. 네이트판에 고민글이라도 올려야 하나 싶고, 어른끼리 친해지는 건 어떻게 하는 건지 이제야 이런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좀 더 관계하는 법을 잘 터득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A과장님하고 이따금씩 커피도 한잔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조금씩 터놓는 그런 관계를 바라는 건데... 과연 가능할까...?


소심한 저는 이렇게 일기장에나마 크게 외쳐봅니다.


 A과장님 제가 잘해드릴게요. 우리 친하게 지내요! 제가 맛있는 돈까스도 사드릴게요!!!!!!

작가의 이전글 괜찮은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