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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Jan 03. 2020

일기

어떤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평소보다 좀 서둘러 헬스장으로 갔다. 연말연시에 생리까지 겹쳐서 운동을 일주일이나 미루고 있었다. 30분 정도 달리기로 몸을 풀고 평소에 하던 운동들을 하나씩 끝냈다. 운동을 다 끝내니 별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아서 샤워는 생략하고 옷만 갈아입고 나왔다.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잠깐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카페 안 환풍기 소리가 너무 커서 그냥 나왔다. 다른 곳으로 가자니 애매해 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스벅에서 얼마 전에 받은 기프티콘으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샀다. 디카페인이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 김이 샜다. 다른 지점은 디카페인도 맛있게 내려줬었는데. 실망스러웠지만 어쨌든 선물이니까 한 모금씩 아껴 마셨다. 사무실에 도착하고 내가 가장 먼저 하는 건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쭉 써 내려가는 것이다. 새로 작업할 것들과 찾아볼 자료들을 분류했다. 내가 조용히 목록을 만드는 동안 바깥쪽 동료들이 이야기를 하거나 통화를 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어쩔 땐 거슬릴 때도 있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았는지 백색소음으로 적당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던 와중에, 옆에 있던 동료가 웃긴 표정을 지어서 그걸로 내가 캐리커쳐를 그렸고, 셀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과 공유했다. 다 같이 대폭소 시간. 정작 나는 그렇게 웃길 의도는 없었는데 어쨌든 약간의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에 웃음소리가 들리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쳐내고 나니 퇴근할 시간이었다. 일하기 전에 운동을 간 날은 유난히 더 피로하고 지친다. 퇴근길에 배달앱으로 햄버거 세트를 시켰다. 치킨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평소에 안 먹는 걸 시도할 결심으로 버거킹 통새우 버거를 주문했다. 도착해 먹어보니 통새우 버거보다 세트로 딸려온 트러플 감자튀김이 더 맛있어서 기분 좋게 먹었다. 버거킹 감자튀김이 원래 이렇게 두꺼웠나? 맥날의 얇은 감튀보다 두꺼운 감튀를 더 선호하는데 어쩌다 얻어걸려 맛있게 먹었네. 먹고, 씻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고양이와 낚시 놀이를 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다. 평범해서 별 일 없어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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