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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Feb 24. 2020

연차라고 쓰고 재택근무라 읽는다

진정한 휴가는 죽어서나 가능한가?

아침 일찍 회사 단톡방에 메세지가 쏟아졌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라고 한다. 하여 이틀 동안 쉬게 되었다. 연차에서 깐다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심히 거슬렸지만 그래 이렇게라도 연차를 쓸 수 있다니 감사히 여기자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단톡방은 또 울리기 시작했다. 본사에서 또 다른 지침과 일거리들을 던졌다. 결국 연차는 연차대로 까고 집에서 일정 업무들을 다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좋겠다? 골치아픈 연차도 쓰게 해주고 일은 일대로 시키고. 맘 편하게 쉴 줄 알았더니 해야할 것들이 내 가슴을 짓누른다. 휴가가 아니잖아. 푹 쉬다가 오라며. 차라리 그냥 출근을 하라고 하지 그랬니? 이게 무슨? 


하지만 거역할 수 없다.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 그나마 집에서 잠옷 입고 고춧가루 낀 이빨로 입냄새 풍기면서 일해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려나. 기분이 좆같다. 업무가 떨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이 참 아름다워보였는데 지금 느끼는 건 피로함뿐. 그래도 지지 말아야지. 이 좆같음을 열렬히 경멸하고 남은 순간들은 재밌고 가볍게 보내야지. 해야할 일들은 그 때의 나에게 믿고 맡기자. 일을 경멸한다. 쉬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다. 글이 산으로 가네. 애인이 왔으니 이제 데이트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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