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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Mar 28. 2020

산책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사회적 거리두기의 토요일은

이 글은 먹다 남은 요구르트와 피칸 한 줌을 앞에 놓고 쓰는 글이다.


시국이 이러하다 보니 주말이랍시고 근사하게 외식을 하거나 번화가를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여 신성한 토요일 오전 대부분은 침대에서 보냈다. 퀸 사이즈 침대에 애인과 고양이 그리고 나까지 같이 누워있는데 셋 다 한 골격 하다 보니 좁긴 했다. 나는 다소 잠을 설쳤다. 그래도 매일 새벽같이 출근하던 애인이 늦게까지 계속 옆에 누워있어 좋았다. 하지만 역시 수면부족은 컨디션 저하로 이어진다. 그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늘어지게 누워만 있다 스쿨푸드에 메뉴 몇 가지를 시켜 아점을 먹고, 후식으로 케이크도 먹었다. 다 배달 어플로 주문했다. 포만감을 느끼며 나는 반신욕을 했고, 애인이 설거지를 했다. 그러고 나선 둘 다 자연스럽게 침대로 기어올라가 대자로 누웠다. 고양이도 따라 올라왔다. 이어진 낮잠 타임. 그리고 거의 동시에 같이 깼는데 애인은 캠핑카를 운전하는 꿈을 꾸고 나는 회사원이 된 꿈을 꿨다.


그렇게 서로 꾼 꿈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고양이와 몇 번 장난을 치고, 두세 번을 물리고 난 후에도 우린 계속 침대 위에 있었다. 아마 코로나가 아니면 "주말을 이렇게 보내서는 안돼"라고 생각하며 어디든 박차고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무증상 확진자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가 그럴 수 있고, 그러니 최대한 집에 있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누워 누워있다가 더 이상 누울 수 없겠다 생각이 든 건 조금씩 지는 해를 보았을 때였다. 공원에 갔다. 두아 리파의 신곡을 들으니 흥에 겨워져 달리고 싶어 졌다. 각자 이어폰을 끼고 각자 듣고 싶은 노래를 들으면서 뛰었다. 5킬로 정도 뛰니 해는 완전히 져있었고 바람이 제법 싸늘해져 감기에라도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 밥이라도 먹고 들어갈까?"

"외식은 좀 그런 것 같아"

"그럼 카페라도? 자기 추우면 집에 가자"

"어쩌지"

뛰고 걷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들어가긴 아쉽고 날은 점점 쌀쌀해지고 고민을 하던 차에 공유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서있는 걸 발견했다. 우리는 재빨리 자전거를 낚아채 집까지 잽싸게 달려왔다. 같이 자전거를 탈 때는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적을 울리면서 일종의 신호 같은 걸 주고받는다.

"삐삐 (잘 따라오고 있냐)"

"삐 (잘 가고 있다)"

"삐삐 (같이 라이딩하니까 좋다)"

"삐삐삐 (나도 좋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쌀국수를 배달시켜 먹었는데, 너무나 맛있어서 맛있다는 말을 열네 번 정도는 반복하며 그릇을 비우고 상을 치웠다. 후식은 점심에 남겨놓은 케이크이었다. 뛰고 오니 기분도 좋고, 저녁밥도 후식도 훌륭하여 퍼펙트한 게임이었다. 그렇게 달리고, 저녁을 먹고, 후식까지 클리어한 후엔  각자 자리를 잡고 책을 읽고, 읽은 책 내용을 나눴다.


이렇게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몇시쯤 되었을까 시계를 보자 벌써 밤 10시가 넘어있었다.


토요일이 이렇게 평범하게 하지만 부족한 거 하나 없이 지나갔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코로나 시절의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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