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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Apr 13. 2020

코로나의 날들

새로운 일상으로

살이 4킬로 정도 쪘다. 기침이 심해졌다. 열은 없다. 카페도 가고 싶고 외식도 하고 싶은데 꾹 참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전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혹시 모를 바이러스 보유자들을 피하기 위해서 참는다. 자신들은 증상이 없으니까 괜찮다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고도 경미한 증상으로 넘어간다는 기사들이 적잖이 눈에 띄는 걸 보면 최대한 방어적으로 생활하는 게 상책인 듯하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엔 헬스장에 가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심장이 터지기 직전까지 격렬한 운동을 하고는 했다. 3주 전쯤에 몸살을 앓고 난 후부터는, 미국에서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는 헬스장 근처도 못 갔다. 우리 헬스장은 관리 잘되는 곳인데, 회원 중에 또 누가 있을지 어떻게 알겠나. 길을 걷다가도 맞은편에서 2명 이상의 사람들이 걸어오면 일찌감치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가거나 최대한 멀리 스쳐갈 수 있도록 동선을 짠다. 어쩌다 가래침을 칵퉤 뱉는 사람이라도 발견하면, 큰 불이라도 피하듯이 최대 속력으로 자리를 피한다. 버스 손잡이, 편의점의 출입문, 공원의 벤치, 엘리베이터 버튼... 일상생활 속 모든 접촉점이 경계와 의심의 지점이 되어버린 일상이다. 



코로나 덕분에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좋은 점도 있다. 회사에선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여서 물도 잘 못 마셨는데, 이제 그러지 않는다. 충분히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신다. 늘 께름칙하던 공중화장실을 갈 필요가 없는 것도, 일을 하다가 출출하면 부엌으로 달려가 과일을 쓱쓱 깎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하던 일을 마저 할 수 있다니 좋다. 아, 책상 옆 소파에서 고양이가 자고 있는 풍경이 옆에 있다는 것도 엄청나게 큰 메리트다. 고양이는 내가 집에 있는 게 좋은지 내 주변에서 늘 잠을 자거나 식빵을 굽거나 한다. 



끝이 없을 것 같다. 해외여행이 언제쯤 자유롭게 가능 할런지도 모르겠다. 흑사병은 14세기에 발발하고 그 후 15,16세기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코로나는 흑사병보다 더 끈질긴 놈 같은데, 그럼 이번 생에 세계일주는 결국 꿈으로만 남는 것인가? 어째 21세기 사람인 내가 오국을 일주한 신라 혜초 스님보다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기분이다. 이런 일이 닥치리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렇다. 



주말에 이곳저곳을 다니며 맛있는 것도 먹고 기분전환도 하며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그 모든 것이 오락거리와  놀이의 공간이 차단되었다는 것은 챌린징 하다. 이 시국은 장기전이고, 질본의 말처럼 이제 새로운 일상과 루틴에 적응해야 한다. 코로나가 끝나면 무엇을 할지보다는,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마음을 쏟기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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