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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Jun 11. 2020

11살 고양이와 사는 일은

수시로 울컥하며 눈물이 나는 순간

사랑아

이 세상 무엇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내 고양이 사랑아

언니는 이따금씩 너를 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이 밀려와 눈물이 터지곤 해

지금 사랑이는 건강해서 오래오래 살 테지만 그럼에도 언니는 너와 헤어지는 순간을 머릿속으로 수십번 생각해보거든 

부드럽고 따뜻한 너의 핑크젤리

몽글몽글 폭신한 너의 뱃살 그 위에 손을 얹어놓으면 따뜻하다못해 너무 뜨거워서 신기할 정도야

언니가 사랑아? 하고 이름을 부르면 냐옹 하고 답해주는 순간들

그리고 다 안다는 듯이 크게 눈을 뜨고 나를 똑바로 쳐다볼 때 묘한 기분

침대 한 구석에 조심스럽게 자리잡고는 벽을 쳐다보며 졸다 잠들어버린 너

퇴근 하고 현관을 열었을 때 성큼성큼 걸어나와서는 날 반기는 널 보면 그 날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던지간에 그 모든 걸 제쳐놓고 난 이제 집에 왔구나 안도하곤 해

가끔 우다다를 하고 캣타워 4층까지 단숨에 뛰어올라가는 모습

네가 어쩌다 기분이 좋아서 그릉그릉 내면 세상 다 가진 듯 감격스러워


사랑아 

작고 귀여운 내 고양이 사랑아

언니는 너와 천년만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너와 헤어지는 게 많이 무섭고 두려운지 잠 안오는 새벽엔 대책없이 슬퍼지곤 해

너를 보낼 수 있을까 

널 보내고 난 살 수 있을까

네가 미치도록 보고싶을 땐 어떻게 해야할까

이렇게 혼자 먼저 이별을 준비하는 내가 바보같지?

널 너무 사랑해 

너의 털 한올 수염 하나 걸음 하나가 언니에겐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해

오늘도 널 많이 사랑해 

내 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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