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람이야

결국은 또 육아이야기일까?

by 루이

엄마니까 다 해야 하는 건 없어. 나도 그저 하루하루 배워나갈 뿐이야. 애진즉 바닥까지 다 써버린 의지력과 인내심을 다시 박박 긁어가며 버티고 있는 거야.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한다 하니 육아 이야기를 쓸 거냐 묻더라. 아니. 안 쓸 거야. 그냥 내 이야기를 쓸 거야. 엄마는 자식과 가장 친밀한 관계지. 영향을 크게 주는 사람인 건 맞아. 하지만 그 말이 엄마의 인생을 송두리째 자식을 위해, 자식에게 맞춰야 한다는 건 아니야. 결국 너와 나는 다른 개체고, 니 인생은 니가 사는 거야. 누구든 삶에 결핍 공백 불안이 있어. 엄마라는 사람도 그걸 다 채울 수는 없어.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그래도 너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존재하려고 노력하는 거야. '노력'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혀있어. 그저 노력할 뿐이야. 난 너의 전능한 신이 아니야. 너는 이 말을 들으면 많이 좌절할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상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회사로 따지자면 벌써 사표를 10번을 쓰고 나오고도 또 쓰고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좆같은 회사라도 새벽에 자는 사람을 건드려서 깨우진 않는다. 도망칠 수도 없고 그만둘 수도 없고 편히 잠을 자기도 쉽지 않은 이곳은 엄마의 자리이다.


하지만 그 많은 울분과 좌절과 분노를 때로는 삼키고 때론 회피하면서도, 난 글을 쓰려고 이렇게 앉았어. 난 누구보다 '내가' 살았으면 좋겠어. 자식도 배우자도 부모도 내가 아니야. 난 나야.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그걸 한 3년 동안은 잊고 살았지. 모두들 나를 보고 애기엄마라고 불렀으니까. 일단 이 핏덩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게 너무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난 최선을 다했지. 젖을 거부하며 우는 아이들 식은땀 흘려가며 달래서 모유수유를 했고, 기관은 나중에 보내는 게 좋다 해서 가정보육을 했고, 집밥을 먹였고, 바깥산책도 하루 3시간 넘게 했지. 그러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완전히 나가떨어져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약을 먹었다. 시어머니도 집에 일주일 정도 계셨었다. 그땐 그래도 다시 육아를 잘하려는 목적으로 그렇게 회복에 힘을 썼었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육아를 잘하고 뭐고 떠나서, 그냥 죽어가는 나를 살리고 싶다. 그 목적 이외는 없다.


나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결국 또 육아가 나온다. 나의 큰 부분이긴 하고, 눈을 뜨면 또 시작되는 것이며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는 나를 살리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젠 죽어가는 나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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