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스두어 Jul 18. 2016

비 오는 날 연남동 스테이

#서울 즐기기-외국 여행하듯 연남동: Book.Stay.Travel

비가 내리는 날. 연남동으로 향했다. 

꼭 한번 가고 싶었던 [달달한 작당].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방에서 주말 오후를 나를 위해 보내려는 마음이었다. 골목길 한편에 자리 잡은 이층 집에 들어서 우산을 접고 보니, 반가운 얼굴. 달달한 작당의 주인이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문 열자마다 찾아가 구석구석 안내를 받아서 투어를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라 더 운치 있는 곳. 오래된 목조 집 한 채가 비로 인해 녹색빛이 짙어진 나무 사이로 보이는, 마치 일본의 작은 마을 골목 어딘가에 온 듯한 풍경을 선보이는 창가 자리에 자리 잡았다. 캔버스가 따로 없다.

얼굴보다 큰 그림책.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그림이 눈길을 잡아끄는 책들을 한 가득 씩 안고 자리에 앉아본다. 글은 얼마 되지 않지만 강렬한 색채와 그림으로 전달하는 묵직한 스토리가 담긴 책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걸 찾는 과정이 보물찾기 같다. 마음에 드는 책을 따로 빼어 한 편에다 놓아둔다. 그리고 다시 넘겨보면... 역시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책들이다. 한국 작가, 일본 작가.... 어디에서 태어났건 만국 공통의 감정. 나이 들어감에 대한 책들. 어린아이였던 내 어린 시절 삶의 전부였던 엄마. 태어나 처음으로 빛을 보았을 때에도, 어릴 적 배가 고파도, 뛰다가 엎어져 무릎이 깨져도, 옷장을 열었는데 입을 옷이 하나 없어도, 어느 날 내 옷들이 무더기로 없어졌을 때도, 대학에 떨어져 침대에서 울음이 터졌을 때에도, 첫 직장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엄~마'라고 불렀다. 그리고 똑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여러 번 불러도 들리지 않는지 식탁에 앉아 성경책만 받아쓰고 있는 등 뒤에도, 바깥에 나가면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뒷모습에도...'엄~마'라고 불렀다. 그림책 [엄마]를 읽는 내내 마음속으로 엄마를 불러봤다.

[달달한 작당]에서 어린 시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한반복으로 읽었을 법한 그림책들을 내려놓고 동진시장으로 방향을 잡아가다 만난 반가운 책방들. [책방 피노키오]에는 알록달록 총천연색의 그림책이 반갑게 맞이한다. 달달한 작당에 이어 연남동의 책방이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하며,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든다. 바로 옆집엔 이렇게 책과 함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가 자라면 좋아라 했을 법한, 독립 서적을 취급하는 [헬로 인디북스]가 '책방오픈'이란 팻말을 바깥에 툭하니 꺼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그리고 동진시장. 옛 시장터인 듯한데,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 개다. 플라스틱 의자들이 툭툭 내놓아진 이것저것 필요한 모든 생활용품을 파는 것처럼 보이는 상가 사이, 어두컴컴한 시장길에 들어서 동진시장 한가운데로 들어가니, 천막 아래 젊은이들이 수공예품을 팔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를 둘러싸고 잡동사니를 파는 옛 상점들과 상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그 인테리어와 상호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이를 현대적인 커피숍 등으로 바꾼 과거와 현대가 묘하게 공존하면서 매력적인 공간들로 태어난 곳들이 두 팔 벌려 여행객들을 환영한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시장을 나와 숙소로 향한다. 경의선 철도가 끊긴 자리는 연남동을 더욱 멋스럽고 이국적으로 만들어준다. 이제는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는 철길을 따라 나무가 심겨 있고, 그 길에 비가 내리고 있다. 그리고 빗길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지나가며 발자국을 꾹 만들면 비가 내려서 씼겨내곤 한다. 기차 대신 사람들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양옆에는 이 거리를 한국인지, 방콕인지, 뉴욕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과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쓰인 간판, 그리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뒤섞어 이 공간 안에 있는 우리 모두가 여행을 떠난 여행자로 만들어버린다.  어느새 일상이 여행이 되어 버렸고, 난 지금 어깨에 배낭 하나 메고 일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난 여행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여행자를 반기는 숙소가 있다. 서울의 골목길을 고불고불 들어가 찾은 이 집은 대나무를 가득 품고 있고,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삼각형으로 솟은 지붕이 이국적이다. 여긴 분명 서울이 아니다. 체크인을 하고 옥탑방으로 입성. 이 작은 방은 옥상 다락방을 가지고 있다. 가파른 계단을 조심조심 딛고 걸어 올라가 앉으면, 낮은 천장 벽을 타고 자리 잡은 저 비스듬한 창가를 통해 비 내리는 우중충한 하늘이 보인다. 그리고 창가를 때리는 '후둑둑 후두둑' 빗소리. 어릴 적 꿈꿨던 바로 그 다락방이다. 하얀색 베드에 누워 창문을 통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싶어 했던 그 소망. 드디어 연남동에서 이루었다. 연남동은 그림책과 다락방을 한때 좋아했던 내 어린 시절의 소망을 현실로 만들어줬다. 일상 여행을 통해... 



달달한 작당: 서울 마포구 양화로23길 22-7 / 전화 02-322-1933 / 영업매일 12:00~23:00 연중무휴

동진시장: 마포구 연남동 227-15 38 / 토-일 오후 1:00~오후 7:00

경의선 숲길지기:


아이하우스 친친: iHouse ChinChi


매거진의 이전글 [트래블in가회동] 구정연휴 한옥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