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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Nov 07. 2016

춘천에서 만난 27세 단편 독립영화관장

춘천에서 영화 열정의 꽃봉오리를 터트리다: [일시정지 시네마]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 춘천. 춘천 문화소식을 소개하는 잡지에서 단편 독립영화관이 개소했다는 기사를 읽고 달려가 봤다. 골목길로 접어들어 건물 일층.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 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샛노란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쓴 [일시정지 시네마] 로고가 보인다.

영화관 하면 연상되는 어두운 실내에서 빛을 발하는 네온사인이나 달달한 팝콘 냄새는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은 오히려 조용한 사무실 같은 분위기다. 그래도 영화관의 모습은 아기자기하게 갖추고 있다. 벽면 한편에는 20분씩 선보이는 단편영화 상영표와 이달의 영화 기획전을 알 수 있는 포스터도 있다. 2천 원을 내밀면 직원이 일시정지 시네마 로고와 영화 제목이 적힌 티켓을 건네주는 매표소도 있다. 또 일시정지 시네마 로고가 적힌 디자인 스티커와 에코백까지 구즈도 판매한다. 갖출 것 다 갖춘 어엿한 소극장이다.

이 극장의 메인은 바로 지하통로로 내려가면 보이는 두 사람이 팔을 벌리면 족히 닿을 만한 사이즈의 화면, 그리고 그 앞에 자리 잡은 푹신한 검은색 가죽의자 18석이다. 10편 남짓한 이 공간을 운이 좋으면 (아직까지는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운이 좋은 축에 든다:)), 혼자서 아니면 우리 일행끼리만 즐길 수 있다.

그럴 때면 이곳 영화관장인 유재균 대표의 마음은 살짝 아프다. 좋은 영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2016년 춘천에서 처음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영화관을 열었다. 그의 나의 27세 (1989년생). 이 젊은 관장님은 강원도 정선 출신이다.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를 졸업하고 춘천에서 유명한 문화 관련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 조직을 뛰쳐나왔다.


"사회가 요구하는 판형에 맞게 자신을 두드려 넣어가는 과정에서 온 몸이 딱딱해져 갔어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어 나왔어요. 판형에 끼워 맞춰졌던 몸을 빼내서 다시 말랑말랑한 나란 원형을 찾아가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직장을 나와서 막연하게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하 고민하고, 주체적인 삶에 대해 고민을 하던 시기. 돈보다 행복에 대해 고민하던 하루하루였다.


"어느 날 꿈에서 [더랍스터 The Loster]라는 영화 예고편을 봤는데, 자고 일어나니 그 영화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약간 화도 나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맘껏 볼 수 있는 영화관을 한번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춘천에서 자주 찾아갔던 문화활동을 하는 카페에서 만난 지인들의 독려로 힘을 얻어, 오토바이 가게 자리에다 영화관을 만들었다는 거다.


이제 본인이 꿈꿨던 영화관을 만들고 직접 운영하니 행복하냐고 묻자, 행복하긴 한데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 많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관 운영을 위해서 가끔은 행사 촬영 등 다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직장생활로 굳었던 몸과 머리가 풀리고 "행복하다", "기분 좋다"라는 말도 나오고 그런 말랑말랑한 감정을 점점 느끼고 있는 게 좋다고 한다.


다음에 춘천여행을 떠난다면 [일시정지 시네마]를 찾아 특별한 작은 영화 관람뿐 열정 넘치는 관장님과 말랑말랑한 대화를 나눠 보길 권한다.

 


일시정지 시네마: https://www.facebook.com/pauseor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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