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라주] 여행지도, 기내에서 잠든 조카
무탈한 여행을 기원하는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자정에 출발하는 터키항공을 타고 서울-이스탄불-마드리드 총 18시간 10분의 긴 비행길에 올랐다. 창가에 앉은 조카는 비행기 창밖의 풍광을 몇 번 핸드폰으로 촬영하더니 시크하게 최대한 숙면을 취하면서 긴 비행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모는 코로나 이후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예전엔 불만족이던 기내식도 맛있게 먹고, 최신 영화와 드라마까지 섭렵하면서, 유럽까지 장거리 비행을 통해 “Travel is Back”을 몸의 고단함으로 체감했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로 여행이 최대 위기에 처했을 때 많은 숙련된 여행업계 인력들이 해고됐다. 그래서인지 공항은 예전의 활기를 다 찾지 못했다. 허브공항인데도 상점이 다 열지 못한 듯했고,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많지 않았다. 여행은 재개됐지만 여행인력이나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완비가 되지 않아, 유럽 공항에서 짐분실이 잦다는 뉴스를 봐서, 우린 기내에 실을 수 있는 짐만 챙겼다. 혹시 잃어버릴 수도 있어 표식으로 터키항공에서 어메니티로 준 빨간 기내용 양말을 내 캐리어와 배낭에 묶었다. 조카는 가방은 본인이 꼭 챙길 거라 걱정 없다며, 빨간 양말을 거부했다(나중에 후회할 줄 모르고…). 긴 비행에 피곤했지만, 여행의 설렘을 간직한 채 우린 마드리드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