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라주] 톨레도 루트
‘유럽’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보다 현대적인 대도시에 가까운 마드리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 조카와 얼른 대안으로 마드리드 근교 도시를 찾아 ‘신비의 고도’라 불리는 톨레도로 이동했다.
톨레도는 1561년 펠리페 2세가 스페인의 수도를 마드리드를 옮기기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다.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한 모습의 톨레도. 높은 언덕 위에 성곽을 짓고 적으로부터 철통 방어를 한 중세도시다. 옛날에는 수레를 끌고 올라갔을 울퉁불퉁한 돌바닥이 깔린 도로 양 옆 상점에는 번쩍이는 기사복장과 기사도, 중세 도시의 깃발 등을 기념품으로 판매한다. 마침 크리스마스 직후라 시내 중심가에는 크리스마스 시장도 열렸다. 넷플릭스에 상영하는 유럽 중세시대 영화 세트장에 온 듯한 풍광이다.
미니 열차 ‘소코트램’을 타고 시내와 성곽을 한 바퀴 돌았다. 중간 전망대에서 내려 톨레도 시내를 둘러싼 타호강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파노라마 뷰를 즐기는 조카를 도촬 했다. 인물 사진 찍기를 원하지 않는 남자 조카 취향을 존중하기로 룰을 정했으니 지키긴 해서, 가끔 동생한테 몰래 찍은 사진을 보내주곤 했다.
톨레도의 매섭도록 차가운 바람도 피하려고 햇살이 내리쬐는 양지에 위치한 골목 식당에서 스페인에서 꼭 먹어야 하는 타파스, 하몽, 빠에야까지 골고루 주문하고 달달한 샹그리아까지 마시며 든든히 배를 채웠다. 다행히 스페인음식은 조금 짜긴 해도 입맛에 잘 맞았다.
그런데 20대의 젊은 패기로 옷도 얇게 입고 다닌 조카는 고지대의 골목 사이로 부는 칼바람에 무너져 심한 감기에 걸렸다. 여행 초반 감기로 아픈 조카는 며칠 동안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몸을 회복하는 데 체력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