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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Jul 17. 2024

플라멩코의 강렬한 매혹, 세비야

[꼴라주] 플랑멩코 댄서


역시 여행은 경험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은 플라멩코 공연이다. 


감기에 걸려 조카는 마드리드 숙소에서 쉬고, 혼자 예약한 동굴 속 플라멩코 공연장에 갔다. 관람 전 리셉션에서 느긋이 샹그리라를 한 잔 마시는데, 마침 이날이 20대 여성 플라멩코 댄서의 생일이었다. 케이크를 들고 등장한 스태프의 선창에 맞춰 관객들도 모두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인도에서 출발한 집시들이 이스탄불을 거쳐 유럽대륙의 끝인 스페인 세비야까지 오면서 춤과 공연을 통해 생계를 이어갔다. 이 긴 여정에 얼마나 많은 집시들의 애환을 담겨 있을까. 그 애환을 풀어낸 게 바로 플라멩코다. 


손뼉 박수에 맞춰 스토리를 강렬하게 토해내는 가수, 리듬을 만드는 기타 연주, 화려한 복장을 입은 댄서가 구두로 바닥을 구르고 절도 있는 팔동작으로 열정적인 춤을 추는 공연을 한 뼘 거리에서 감상했다. 공연자들의 거친 숨소리와 떨림, 땀이 튀는 것까지 생생하게 느낀 강렬한 에너지의 공연에 조카가 꼭 플라멩코를 경험했으면 했다. 

그래서 세비야에서 어느 정도 감기에서 회복한 조카와 플라멩코 공연장을 다시 찾았다. 문화생활 좋아하는 이모의 픽으로 여행 내내 공연 관람을 하는 일정을 잡자, 조카는 서울에서 멋진 겨울 외투를 장만해서 가져왔다. 딱 떨어지는 긴 외투를 입고 공연장으로 이모와 조카가 데이트를 간 세비야의 공연장 이층에 앉아 바로 밑에서 남녀 댄서의 풍성하고 강렬한 플라멩코 공연을 관람했다. 아직까지도 절도 있는 댄서의 모습과 손뼉을 치면서 호응하고 클라이맥스로 달려갔던 흥분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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