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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Jul 10. 2024

마드리드-프라도 미술관의 미술투어

[꼴라주] 프라도 미술관

여행 첫날. 현지인 안내로 여행을 출발하면 좋겠다 싶어 마이리얼트립을 처음으로 이용했다. 건축을 좋아하는 조카와 그림을 좋아하는 이모의 취향을 모두 만족한 선택이다. 미술전공자와 함께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작품 위주로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확실히 프라도 미술관을 대충 훑어보는 것보다 몇 작품이라도 전공자가 작품의 배경 스토리를 설명해 주니, 긴 비행에 피곤해서 눈이 막 감길 듯하다가도 눈과 귀를 집중해서 작품을 감상하게 됐다. 그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조금씩 자유스타일로 그리는 중이라 세계적인 회화 걸작품 8천6백 점을 보유한 프라도 미술관 관람은 즐거웠다. 의외로 조카도 미술관을 제대로 즐겼다.


조카의 픽은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평범한 그림인 줄 알고 봤는데, 설명을 들으면서 화가의 숨은 의도를 알게 돼서 재밌었다고 한다. 원래 궁정화가의 역할은 왕족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거다. 근데 이 작품은 제목부터 ‘시녀들’이다. 실제 주인공도 누군지 모르겠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른데, 나는 두 명 같다. 화가는 주인공인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녀들, 난쟁이, 개를 같은 무게로 다뤘고, 화가인 본인을 마치 또 다른 주인공처럼 두고, 왕과 왕비는 거울에 비친 조연으로 그렸다. 자신을 높이 세우고자 하는 화가의 야욕이 엿보이는 작품이라 그 과감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기억에 남았다.   


이모의 픽은 히엘로니무스 보스가 10년 동안 그려서 완성한 3폭짜리 병풍화 ‘쾌락의 정원’이다. 천지창조, 인간세상, 지옥이 묘사됐다. 신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지만 원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탐욕과 쾌락에 빠져 수많은 죄를 짓고, 결국 지옥에서 심판을 받는 모습이다. 고전작품이 많은 프라도 미술관에서 ‘쾌락의 정원’은 파격적인 작품이다. 최신 넷플릭스 SF몰 속 세상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디테일한 부분을 살펴보면 그 놀라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관광객들도 이 그림 앞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최대한 천천히 이동하면서 그림을 집중해서 본다. 


이외에도 수도사인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종교화 ‘수태고지’의 밝고 맑은 이미지가 기억에 남는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하느님의 은혜를 입어 예수님을 잉태함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선명하고 맑고 환한 빛이 마리아에게 내려 성령이 임했음을 알린다. 이를 전하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공경의 태도와 두 팔을 가슴에 겹쳐 순종하며 받아들이는 마리아의 모습이 시각적으로도 납득이 가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 비밀은 나무판에 금과 청금석을 갈아서 그린 템페라 방식인데, 14세기 작품이 현대에 보기에도 여전히 색상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그 시대에 이 정도 귀한 재료로 대형 사이즈의 그림을 완성하려면 종교화였어야만 가능했을 거다. 


프라도 미술관을 몇 시간 내에 다 보기란 불가능이다. 마드리드에선 프라도 미술관만 하루 제대로 봐도 유럽 여행을 온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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