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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Feb 21. 2016

발리 절벽 위 스파에서 파도소리가 이끄는 잠에 빠져들자

발리 즐기기#2- 발리 꾸따 지역 석양이 아름다운 해안절벽 숙소

출처: www.airbnb.com


"그래 바로 여기야! 절벽 위 풀에서 발리의 석양을 보고 말겠어!"


 발리 여행을 위해 펼친 에어비앤비 앱.  제일 먼저 눈에 띈 사진 속 풍광. 원래 스미냑과 우붓 만 여행 목적지로 고려했다가, 이 사진 한 장으로 여행지에 꾸따 발랑간 해변이 추가됐다. 역시 여행지 선정에 비주얼은 중요하다!


 공항에서 남서쪽 해안가로 약 50분 정도 내려가면 발랑간 해변이 있다. 그 위 절벽에 자리 잡은 라조야 II 비우비우(LaJoya II Biu Biu) 리조트.  하룻밤에 10만 원이라는 가격에 2층 숙소에 침대가 둘, 조식 포함, 작지만 인피니티 풀, 야외 스파에 레스토랑, 게다가 이런 훌륭한 풍광이 제공된다니 역시 발리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내리기 시작한 폭우. 컴컴한 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풀장 옆 바 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나시고랭과 빈탕 맥주를 한 잔 한다. '아~정말 서울에서 벗어났구나. 여긴 발리다!'를 느끼며 풀장의 파아란 조명에 동그라미 파장을 만들어내며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데,  '그동안 수고했어! 잘 왔어!'라고 환영하는 음악소리로 들린다.

 늦은 새벽에 도착하는 친구를 맞이하느라 잠을 설친 첫날밤. 새벽 여명이 뜨자 방을 박차고 나왔다. 나를 이곳으로 오게 한 바로 그 장소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절벽 위 에코 로프트(eco-loft)인 이곳은 경사가 진 절벽을 바다로 비스듬히 내려가면서 집이 하나씩 있고, 절벽가에 작은 풀장과 스파가 있었다. 풀장과 레스토랑은 어제 확인했으니, 스파가 위치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탐험을 계속한다. 발밑은 어제 밤 폭우로 군데군데 웅덩이가 있는데, 크게 호흡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구릉을 내려가니, 파도소리가 점차 크게 들려온다. 로프트 왼쪽으로 협곡이 자리 잡고 정면은 절벽이라 파도 부딪히는 소리가 서라운드로 들린다. 소담한 출입구를 지나니 녹색 풀발에 하얀색 석고로 만들어 마치 지중해 산토리니의 분위기가 나는 곳이 나타났다. 나무로 깎은 대형 체크 판과 요가를 할 수 있는 큰 돌도 하나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마사지 베드가 놓인 곳을 지나니... 드디어 "찾았다!".


 아침 일찍 탐험을 나온 보람이 있다. 절벽에서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곳 끝에 한 사람이 간신히 앉아 있을 만한 탕(?!)이 나왔다. 풀장은 아니고 발목까지 정도 물을 담아놓은 정도라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다. 새벽녘에 이곳을 즐기는 건 잠시 목을 축이고 가는 바다 새들이었다. 그래도 새벽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끌려 탕의 가장자리를 아슬아슬하게 탑돌듯이 한 바퀴 두 바퀴 돌아보면서, 나름 '미션 클리어'를  마음속으로 작게 소리 내본다.


 스파풀 뒤로는 거인족이 앉아야 할 듯 한 나무 의자가 두개  있다. 절벽과 탕을 향해 떡 하니 놓여 있는 의자는 하염없이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하늘의 풍광을 바라보고 앉아 있기에 딱이다. 파도소리와 함께 나만의 시간을 즐기던 공간에 남남 커플이 찾아온다. 요가 복장을 한 이들은 눈인사를 하더니 바다를 한 번 바라보고는 넓은 돌 위에 자리를 잡고 엄청난 체력과 균형감을 요하는 요가 자세를 연이어 선보인다. 아래에서 한 사람이 받혀주면 다른 사람은 그에게 의지해 공중에서 물구나무를 서기도 하는데... 절벽을 배경으로 자세를 취한 이 커플의 부들부들 떨리는 팔들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위태위태해 보여 나도 모르게 입술을 꼭 물고 바라보다, 커플 요가가 끝나자 '휘~유'하고 숨을 내뱉는다. 이런 마치 내가 함께 요가를 한  듯하다.

 다음날 친구와 함께 스파를 찾았다. 투숙객을 위한 서비스로 15분 마사지를 받았는데, 그 손맛과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해질 무렵 시간대로 1시간 예약을 했다. 뜨거웠던 태양에 달궈진 몸이 태양이 힘을 죽이고 부드럽게 손길을 뻗치자 진정되기 시작한다. 자세를 잡고 베드에 누워 마사지사의 손에 몸을 맡긴다. 부드러운 손길로 오일을 발라 뭉쳤던 근육들을 섬세하게  하나하나 풀어내는데, 살랑이는 바람이 몸을 스쳐 지나가면서 코가로 전해주는 오일의 향기를 맡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조개 모빌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부딪히는 소리가 파도소리를 뚫고 간간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서라운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마사지를 받다 보니, 솔솔 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먼 바다에서부터 물결치며 다가와 발랑간 절벽에 온몸을 던져 부서진 파도들이 만들어 내는 합창소리에 결국 잠이 빠져버리고, 스파 시간이 끝나도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배려해준 스태프 덕분에 친구와 나는 한동안 이곳 스파에 누워 편안하게 힐링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에코 로프트라 부르나 보다.


 매일 늦은 오후가 되면 리조트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다시 풀장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석양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작은 인피니트 풀장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사람. 선베드에 눕거나, 나무데크와 절벽 옆에 돌에 기대어 앉은 사람들. 차양 가림막 아래 손을 잡고 바다를 바라보는 커플... 3일 내내 구름에 가려 해가 지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지만, 온통 파아란 하늘과 바다 위에 하얀 솜사탕처럼 몽실 거리는 발리의 구름이 핑크빛, 점차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장면을 바라보면 없던 감성도 다시 솟을 정도로 로맨틱했다.   


 하늘이 다시 보랏빛에서 더 어두운 짙은 남색으로 변하면 우린 다시 비밀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영업시간이 종료된 스파. 다시 탕 앞에 자리 잡는다. 컴컴해진 밤하늘에 하얗게 뜬 달. 달빛의 정기를 맞으면 핸드폰 음악을 틀어놓고 바다를 바라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 일상에 벗어난 곳에 있다는 자유가 만들어준 용기에 막춤을 추기 시작한다. 우리가 마치 히피인양 발리 바다와 달의 정기를 받아 안고 음악에 몸을 맡기고  빙글빙글 돌고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기운이 다 빠질 때까지 춤을 췄다. 그러다 친구와 눈이 마주치면 '우리가 이 왠 미친 짓인가' 하면서 서로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곳에 머무는 3일 동안 이 스파가 준 경험은 우리에게 진정한 힐링이었다.




라죠야 II 비우비우 +@ 즐기기: 

 1) '1+1 리조트' 이용하기. 자매 리조트가 바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다. 투숙객은 양쪽 리조트를 오가면서 시설을 즐길 수 있다. 라죠야 I 비우비우는 훨씬 더 크다. 훨씬 큰 풀장이 2개가 있고 마사지룸도 여러 개고, 레스토랑의 메뉴가 더 다양한다. 그렇지만 절벽에서 조금 안쪽으로 자리 잡고 있어, 풍광은 크기가 작은 라죠야 II 리조트가 더 매력적이다. 며칠 머물 계획이면 두 곳을 다 이용해 보면 좋다.       

 2) 절벽 아래 발랑간 해변가를 전세 내자. 라죠야 II 비우비우는 풀장 앞으로 절벽으로 내려가는 작은 계단이 있다. 급경사인 이 절벽의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오로지 리조트의 게스트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프라이빗 해변가가 있다. 더 큰 해변을 즐기고 싶다면 자매 리조트로 가자. 리조트 바깥으로 50m만 걸어 나가면 발랑간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발랑간 해변은 2012년 CNN이 보도한 'Bali's Best 5 Hidden Beaches' 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이다. 공용 해변인 이곳은 파도가 세차게 밀려오는데, 고운 모래가 발이 푹푹 꺼질 정도로 두텁게 자리 잡고 있다. 발리 바닷가의 매력은 성난 파도소리다. 해변가에는 나무로 만든 카페 겸 서핑스쿨이 자리 잡고 있어, 바닷가에서 파도와 함께 노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칵테일 한잔 즐기는 맛이 있다. 

 3) 개인 요가 레슨을 받자. 자매 리조트에는 아침마다 요가 선생님이 온다. 정해진 시간에 리조트를 가면 푸른 잔디마당에 요가매트를 깔고 개인 레슨을 받으면서 명상과 요가로 발리의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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