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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Feb 21. 2016

[트래블in익선동]1920년 한옥 동네여행을 떠나자

서울여행 즐기기 #2-  낙원상가 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 한옥촌

"익선동이요? 처음 들어보는데, 거기가 어디예요?"

"많이들 잘 모르시는데, 종로에 있어요. 주소 보내드렸어요."


 일 때문에 찾은 익선동에 위치한 한옥. 주소만 믿고 택시를 탔다가 서울의 낯선 공간에 내리게 되어 당황했다. 낙원상가 뒤쪽에 위치한 도로는 포장마차가 점령을 하고 있고, 근처에는 모텔, 호스텔 등의 사인보드가 보인다. 컴컴한 밤. 찾는 숙소는 보이지 않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낯선 도시의 뒷골목에 덩그러니 남겨진 외국인 여행자 같은 불안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했다.


"종로 3가 6번 출구 내리셨으면, 거기서 뒤를 돌아보세요. 나나주단이라고 보입니다. 그 골목으로 들어오세요."


 '나나주단'이라니...낯선 상호명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더니, 그제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마네킹들이 유리창 너머로 얌전히 서있는 한복집이 보인다. '주단'. 맞다. 어렸을 적에는 종로에 한복집들이 있었고, 친척 결혼이 있으면 'OO주단'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에 어머니와 이모가 함께 가서 결혼식장에 입을 한복을 칼라별로 맞췄던 기억이 난다. 그제야 '아~내가 과거로 떠나는 여행길에 들어섰구나'하면서 익선동이  낯설기보다는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나나주단을 지나니 좁은 골목길에 의자를 내놓고 장사를 하는 고깃집들이 맞이한다. '고창집','광주집'...친근한 지방 이름을 갖다 붙인 갈매기살 전문 고깃집.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비닐막 안으로 고기를 불에 구우면서 술 한잔씩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의외로 외국인도 많다. 골목 가득한 고기 굽는 연기와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를 맡으면서 북적북적한 고깃집들을 지나쳐 더 안으로 들어갔다.   

#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 동면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펴다

 그 안에는 신기하게도 주변 모텔과 호스텔 빌딩과 고깃집 사이에 둘러싸인 한옥들이 모여서 말없이 조용하게 고개를 숙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거기서부터 익선동 동네길 투어가 시작됐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서울에 이렇게 많은 한옥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크지 않은 동네인데도 골목골목에 한옥이 100여 채가 몰려있다.  1920년대에 지금으로 치면 주택개발업자인 정세권 씨가 서민들을 위한 대규모 한옥주택단지를 만들었다. 북촌 한옥마을이 잘 사는 사람들을 위한 넓은 한옥이라면 익선동은 서민들이 생활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 전통한옥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생활에 편리하고 겨울철 난방비가 적게 나오도록 대청에 유리문도 달고 처마에는 물받이인 함석챙을 다는 등 개량형 한옥으로 15평 남짓 정도로 작다는 다른 점이 있다. 공통점은 정세권 씨가 개발한 한옥단지라는 점이다. 익선동 서민 단지가 북촌 부유한 한옥단지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익선동은 여전히 이곳에  터줏대감처럼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공간이기도 해서 골목에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북촌의 정리 잘된 느낌과는 다르다. 집 밖에는 누군가의 자전거와 오토바이, 내다 버린 양철통 같은 생활용품과 근처 식당의 입간판도 내놓아져 있다. 골목에는 겨울의 앙상한 자태를 드러난 나뭇가지도 옆집 담벼락을 넘어 드리워져 있다. 동네 주민들도 일부는 빠져나가 폐가 비슷하게 사람이 살지 않아 황폐해진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그래도 반짝이는 니스칠과 가로등 불빛이 있는 한옥 대문에는 'OOO게스트하우스', '한옥스테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그 문을 비집고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외국인과 지방에서 서울 나들이 온 한국사람들이 동네를 활기차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준다.  


# 서민의 삶의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동네 골목

 1920년대에 설립된 이 골목은 1950년을 맞아 '요정 골목'이라는 명성을 얻는다. 그만큼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동네 골목 깊숙한 곳에는 요정들이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 3대 요정 중 하나라는 오진암이 있었던 곳이다.  여인들이 곱게 차려입은 한복을 맞추기 위해 한복집들이 들어섰고 풍악을 올리기 위한 악사들이 머물던 공간도 있었다. 현재는 국악기를 파는 상점과 판소리 연구소, 타악 연구소 등 간판이 많이 보인다. 힘없는 서민들이 머물던 싼 숙소와 값싼 밥집도 많았다. 그 흔적들이 여전히 동네에 자리 잡고 있다. 2004년 재개발계획으로 역사와 무궁구진한 서민들의 스토리가 살아 있는 동네 자체가 없어지고 초고층 빌딩 단지로 바뀔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살아남아 숨 쉬고 있다.

# 한옥마을을 '일어나라'고 조심히 흔들며 말 거는 젊은이들

 동네 한옥들 중 일부는 이 마을을 색다르게 채색하여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젊은이들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옥의 정취를 최대한 살린 전통찻집 뜰안에서 겨울의 찬바람을 피하며 따뜻한 한방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전주 한옥마을에서 봤던 가맥을 파는 거북이 슈퍼는 무너진 담장 외벽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유리 온실을 만들어 손님들이 편하게 뜨끈한 라면 국물도 먹고, 주인이 바깥에에서 연탄에 구워다 준 쥐포에 맥주 한잔을 하고 있다. 그 앞에는 한옥 벽을 모두 새하얗게 칠해서 깔끔한 젠 스타일로 바꾸고 창틀을 남겨두고 창호지를 걷어내고 유리로 한옥 안 꽃과 향, 티를 파는 조향사가 만든 쇼룸 겸 티하우스 'Prust'도 있다. 힙한 상수동에서 봤음직한 '카페 식물'은 10년 넘게 런던 살이를 한 포토그래퍼 루이스 박이 주인이다. 건물 안에 한옥 대들보를 남겨놓고 다 드러낸 공간에 노출 벽도 그대로 두고 기왓장을 모아서 벽을 만들고 자개장과 빈티지 소파 등을 넣어 근대화 시절의 분위기의 독특한 인테리어로 낮엔 카페, 밤엔 바로 변신한다. 손님들을 위한 좌식 테이블에는 교자상에 차를 내다 준다. 옛날 경양식점  '1920'부터, 사진 촬영을 위해 한옥을 통째로 렌털 해주는 '다다익선 스튜디오', 익선동 여행지도를 만든 디자이너 스튜디오 '오디너리 랩'... 감각 있는 젊은이들이 불 꺼진 한옥마을에 과하지 않은 생기의 빛을 불러 넣고 있어, 젊은이들이 이 동네를 다시 찾아오도록 유혹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익선동 166번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 낙원상가 뒷동네로 좌로는 인사동 위로는 삼청동이라는 관광지로도 인접성이 좋고, 지하철도 1,3,5호선이 지나가는 종로 3가 역이라는 교통도 편리하다. 또한 100년 넘는 한옥마을이 가진 스토리도 무궁무진하다. 현대적인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젊은이들의 취향저격 카페와 공방을 둘러보는 주말 서울 옛 동네길 투어에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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