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InOtherWords
생성형 AI의 사용법을 넘어, 조직의 ‘의미’와 ‘신뢰’를 설계하는 커뮤니케이션 시리즈입니다. AI가 바꾼 것은 ‘정답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대화 방식입니다. 이 연재는 프롬프트 요령이 아니라 변화의 순간에 필요한 언어와 관계의 규칙을 다룹니다. ‘AI 대전환기의 휴먼 커뮤니케이션’을 탐구하는 InOtherWord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강종희·홍종희(전 외국계 기업 커뮤니케이션 임원)가 공동 집필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김 팀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팀원들의 주간 보고를 취합해 임원에게 올릴 하나의 보고서로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가 출근하기도 전에 AI는 모든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해 완벽한 형태의 보고서를 생성해 놓는다. 김 팀장은 문득 서늘한 질문과 마주한다. ‘나의 역할은 이제 무엇인가?’
AI가 조직의 신경망처럼 퍼져나가면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조직의 허리인 중간 관리자다. 보고서 취합, 데이터 정리, 작업 분배 등 과거 관리자의 핵심 역량으로 여겨졌던 업무들이 AI 기반 자동화 툴로 대체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AI 도입 후 중간 관리자 직급이 정리해고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역할 축소를 넘어, 중간 관리자의 존재 이유 자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쓰나미다.
과거 중간 관리자의 가장 큰 권력은 ‘정보’였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아래로 전달하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현황을 위로 보고하는 ‘정보의 파이프라인’ 역할이 곧 그의 존재 가치였다. 그러나 이제 AI가 그 역할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역할 축소가 아니라,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흐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정보의 독점력이 사라진 관리자는 더 이상 ‘지시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팀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불안을 이해하며, 회사의 비전을 팀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최전방 커뮤니케이션 허브’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중간 관리자의 위기는 AI가 ‘관리(Management)’와 ‘리더십(Leadership)’을 분리시키면서 발생한다. AI는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일정표를 자동 배분할 수 있지만, 팀원들의 불안을 달래고 갈등을 조율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할 수 없다. 조직이 AI를 더 많이 도입할수록, 팀원들은 자신이 단순한 기계의 하위 관리자로 전락하는 불안에 직면한다. 이때 매니저가 맡아야 할 역할은 명확하다. 데이터를 넘어서, 사람을 통해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터’로 거듭나는 것이다.
실제로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의 연구는 반복적 관리 기능이 자동화될수록, 오히려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생산성을 결정짓는 핵심 역량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케이터란,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음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전략적 소통 전문가를 의미한다.
최고의 의미 번역가: 커뮤니케이터 AI는 데이터를 해석하지만, 그 데이터가 우리 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중간 관리자는 이제 회사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거대 담론’을 팀원 개개인의 업무와 연결해 주는 ‘의미 번역가’가 되어야 한다. 1:1 미팅과 팀 회의에서 “이 프로젝트가 왜 중요한가”, “당신의 역할이 팀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끊임없이 소통하며, 팀의 정서적 구심점이 되는 것이 새로운 핵심 역할이다.
조직의 여론 형성가: 변화의 촉매 AI 도입에 대한 현장의 저항과 루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때 중간 관리자는 변화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변화의 촉매’가 되어야 한다.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공유하고, 팀원들의 우려를 경청하여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상향식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AI가 보지 못하는 비즈니스의 맥락과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에 인간적 통찰을 더하여 팀의 성과를 완성하는 ‘변화의 주도자’로 거듭나야 한다.
AI 시대는 중간 관리자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정보의 전달자라는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 그들은 조직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다음 기고에서는 AI 전환(AX)의 성공을 이끌기 위한 최고 경영진의 역할, ‘AX의 설계자’에 대해 알아보겠다.
“프롬프트를 넘어, 의미와 신뢰로 연결되는 AI 커뮤니케이션”
- InOtherWords I AI 대전환기의 휴먼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