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InOtherWords
생성형 AI의 사용법을 넘어, 조직의 ‘의미’와 ‘신뢰’를 설계하는 커뮤니케이션 시리즈입니다. AI가 바꾼 것은 ‘정답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대화 방식입니다. 이 연재는 프롬프트 요령이 아니라 변화의 순간에 필요한 언어와 관계의 규칙을 다룹니다. ‘AI 대전환기의 휴먼 커뮤니케이션’을 탐구하는 InOtherWord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강종희·홍종희(전 외국계 기업 커뮤니케이션 임원)가 공동 집필합니다.
회의실에선 새로운 AI 도입 계획이 박수로 통과되지만, 현장에선 “나의 일과 관계는 어떻게 변하죠?”라는 낮은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가트너(Gartner)는 2026년까지 80% 이상의 기업이 생성형 AI를 활용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도입’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AI 전환(AX)의 성패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중심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 일의 의미, 그리고 조직의 신뢰를 어떻게 설계했는가에 좌우된다.
많은 기업이 AI를 기존 업무를 디지털화(DX)하는 도구로만 접근하지만, 이는 AI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신 워크 트렌드 인덱스에서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새로운 운영 청사진을 채택한 ‘프론티어 기업(Frontier Firm)’의 등장을 선언했다. 이들은 단순히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역할·의사결정·책임 체계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AX)하는 기업들이다.
성공적인 AX 리더는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인간에게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3%가 구조적으로 재편될 것이라 진단했다.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회복탄력성, 리더십, 사회적 영향력 같은 인간 고유 역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4. 최고경영진의 역할은 기술을 사 오는 것이 아니라, 이 변화의 과정 속에서 사람과 조직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비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성공적인 AX 설계자는 기술 로드맵이 아닌, 전사적 커뮤니케이션 로드맵부터 그린다. 이는 조직의 언어, 제도, 문화를 바꾸는 치밀한 ‘변화관리 커뮤니케이션 캠페인’과 같다.
1. 내러티브부터 설계하라: 단순한 ‘비전 선포’를 넘어 변화는 숫자가 아닌 이야기로 설득해야 한다. AX의 비전은 ‘효율성’을 넘어 ‘인간다움의 확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든 AI 파일럿 프로젝트 커뮤니케이션에는 자동화될 업무 목록과 함께 판단, 조율, 책임 등 인간에게 남겨질 고유 역할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 공지가 아니라, 구성원의 불안을 신뢰로 바꾸는 전략적 메시지다.
2. AI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라: ‘거버넌스’를 소통의 도구로 삼는다. AI 거버넌스는 통제 수단이 아니라,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최고 AI 책임자(CAIO)를 중심으로 윤리, 보안, 법무, 현업 리더가 참여하는 ‘AI 거버넌스 보드’를 구축하고, 그 논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구성원들에게 ‘회사가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3. 업무 단위를 재설계하라: ‘새로운 역할’을 명확히 소통한다. 추상적인 협업이 아닌 구체적인 업무 재설계가 필요하다. 인간과 AI 에이전트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하고, 이를 전 직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한다.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부터 평가(Performance Review)까지, 조직의 모든 문서와 시스템의 언어를 새로운 역할에 맞게 바꾸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
4. 스킬과 경력을 재설계하라: ‘성장의 서사’를 제시한다. AX는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다. 재교육 프로그램의 목록을 나열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회사가 제시하는 새로운 역량 모델과 교육 과정이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미래에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매력적인 ‘성장의 서사(Narrative)’를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5. 성과를 재정의하라: 성공의 ‘의미’를 공유한다. 단순한 생산성 증가율만으로는 AX의 성공을 측정할 수 없다. ‘의사결정 소요 시간 단축’, ‘사용자 신뢰 지수’, ‘이직률 감소’ 등 새로운 성과 지표를 도입하고, 그 결과를 전사적으로 공유하며 성공의 의미를 함께 축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성공의 과실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연대감을 형성하여, 지속적인 변화의 동력을 만든다.
AX는 “무엇을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더 잘 연결되고 성장했는가”로 그 성공이 평가된다. 최고경영진이 설계해야 할 것은 AI 모델이나 기술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그 안에서 관계, 의미, 신뢰가 순환하는 새로운 일의 방정식이다. 그때 비로소 AI는 우리를 대체하는 두려운 존재가 아닌, 더 인간다운 성과를 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프롬프트를 넘어, 의미와 신뢰로 연결되는 AI 커뮤니케이션”
- InOtherWords I AI 대전환기의 휴먼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