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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Nov 05. 2020

허영심이 나를 키운다

냉철하게 나를 바라보기

'SNS는 인생의 낭비다. 인생에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차라리 독서를 하기를 바란다.'


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이 한 말이다. 아마 대부분이 들어봤을 것이다. 관점에 따라 공감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말이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입장에서는 축구 경기를 보는 게 시간 낭비일 수도 있으니까.



SNS가 항상 나쁜 것도 아니다. 재난 알림이나 긴급 수혈이 필요한 상황 등을 해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아마 SNS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은 정제되는 않은 정보들로 가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때에 따라서 거짓 정보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둔갑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SNS라 하면 허영심이란 말을 빼놓을 수 없다. 허영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허영(虛榮) : [명사] 자기 분수에 넘치고 실속이 없이 겉모습뿐인 영화(榮華). 또는 필요 이상의 겉치레. (출처 : 네이버 사전)


사실 사전적인 의미만 보면 허영심은 SNS의 아주 일부의 문제이다. 대부분 일상보다는 특별한 이벤트를 주로 올리다 보니 그것이 허영으로 오해받는 것 같다. 사실 그건 허영이라기보단 자랑이 아닐까?


인증, 인증샷이란 것도 사실상 자랑이라는 말로 대체 가능하다. 다만 자랑하는 게 뭔가 겸손하지 못한 것 같으니 부끄럽기 때문에 인증이란 말리 널리 쓰이는 것 같다.


진짜 허영도 있다. 바로 이런 것.

https://news.joins.com/article/23900812


기사를 보면 정말 허영이라는 사전적인 의미에 딱 들어맞는다. 이런 게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남한테 피해 주는 것이 없고 본인들이 만족하며 행복해하는 일이라면 뭐 어떤가? 이걸 보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서 우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또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SNS의 좋은 면처럼 허영심도 잘 이용하면 좋은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본의 아니게 허영심을 이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코딩 관련 글을 쓰고 SNS에 공유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개인 공부를 목적으로 정리했다. 그런데 이걸 한 번 SNS에 공유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니 뭔가 나 자신과의 약속이 생겼다. 매일 해보자. 관심을 계속 받고 싶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러나 확실히 혼자서 외로이 진행하는 것보다는 재미가 있었다.


여기서 가진 허영은 내가 매일 글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매일 하기로 했는데 하루 빠뜨리는 나약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것이 무슨 허영인가? 허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왜? 퇴근하면 피곤하고 그래서 공부를 하기까지 예열 시간이 꽤나 긴 편이다. (사실 게을러서 그렇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예열 시간이 더 길 때도 많다. 이해력이 낮은 것인지 적은 분량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들인다. 즉 내 분수에 넘치는 미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실속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까. 위선도 선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찌 되었든 학습 효과는 있었다.


그래서 나는 허영심이 나를 키운다고 말했다.


허영심이란 말이 거북하다면 욕심으로 바꿔보자. 자랑을 인증으로 바꿔 말하듯이.


'욕심이 나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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