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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Oct 08. 2024

관심사 과몰입

예전부터 전자기기를 좋아했던 나는 PC방 등 내 컴퓨터가 아닌 컴퓨터를 사용할 때 항상 PC 사양을 구경하곤 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저 본인의 사용 목적에 지장 없이 잘 구동되면 그만인 사항이다.


내가 관심이 있다고 해서 남한테도 그것이 관심의 대상인 것은 아니고 중요한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 남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관철시키려고 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한창 좋아할 때는 온라인에서도 관련 글이나 커뮤니티를 많이 봤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글을 쓰다 보니 공감되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크게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조금만 정보를 찾으면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이 그냥 대리점에 가서 비싸게 구매하는지 모르겠다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무슨 스마트폰을 쓰는지 보게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납득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마다 관심의 대상은 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그런 정보를 찾아보는데 시간을 쓰지 않고 그걸 즐기지도 않는다. 조금만 찾으면 된다는 생각은 그동안 해당 정보에 오래 노출되어 그것에 익숙한 본인의 상태를 기준으로 착각한 것이다. 처음 정보를 찾는 사람은 어려운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면 당연히 그 정도 노력은 해야 된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포인트다. 그 정도 노력을 굳이 이런 것에 써야 될 이유가 없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곧 큰돈인 사람은 굳이 몇 십만 원을 아끼자고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손해일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굳이 당장의 돈에 비유하지 않더라도 그 시간에 공부를 해서 추후에 더 많은 수입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한다면 그것도 이득이다. 따라서 그런 것을 모두 배제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이런 노력 조차 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호갱이 되는 점을 꼬집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재미있고 할 만하다고 하여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정보나 보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간혹 나이 드신 분들은 좀 더 비싸더라도 그냥 오프라인 매장 가서 구매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이것도 공감이 간다. 만약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고 돈이 없는 학생이라면 남는 시간에 돈을 벌 수 없는 처지라면 그 시간에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사실상 (당장의) 돈을 버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돈으로 빠르게 시간을 사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조금만 더 정보를 찾아서 구매하여 마치 훨씬 현명한 소비자가 된 것 같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정보가 돈이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 최저가 검색이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


두 번째 이야기는 특히 스마트폰 개발을 업으로 할 때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단순히 다양한 기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관심이 있었다. 간혹 과몰입한 사람 중 일부는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는 경향까지 있는 듯 하지만 절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관심사 과몰입'이다.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무례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마 인간이라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거기에 본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면 정말 좁은 식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최근에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황금만능주의에 기반해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시계에 관심이 많은 재산이 10억 인 A가 있다. A는 3,000만 원짜리 시계를 착용하고 늘 다른 사람의 손목을 살펴본다. 100만 원짜리 시계를 착용한 사람 B를 보면서 본인이 더 부자라고 생각한다.
B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100억을 가진 자산가이다. 시계는 관심도 없고 그냥 선물 받은 것이 있어서 대충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5억짜리 슈퍼카를 타고 다니면서 5,000만 원짜리 자동차를 타는 C를 보며 자신이 훨씬 부자라고 생각한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C는 1,000억대 자산가지만 검소한 생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자동차는 그에게 그저 이동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당히 잘 굴러가는 차를 타고 다닌다. 하지만 그는 늘 돈을 잃을까 하루도 편히 자는 날이 없다.
C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내일도 친구들이랑 놀 생각에 항상 즐겁고 행복한 5살짜리 꼬마가 부럽다.

이해를 돕기 위해 황금만능주의적 관점에서 예를 든 것이지 내가 황금만능주의는 아니다. 이것은 물질적인 것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취미나 음식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관심사가 다를 뿐이다.

본인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영끌하여 자랑을 일삼는 사람은 남들도 드러낸 것이 그 사람의 영끌이라고 착각한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본인은 라면만 먹으면서 대출까지 받아 좋아하는 스트리머에게 수 억 원의 후원을 하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스트리머에게 박수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스트리머가 은퇴하고 더 이상 방송을 하지 않으면 무엇이 남을까?


사람의 능력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만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일 것이다. 좀 더 좁게 표현하면 직장이다. 업무 수행을 위한 능력을 당연히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하고 좋을수록 좋은 것이 맞다. 다만 이것 역시 과몰입하면 앞선 황금만능주의적 예시와 다를 바 없어진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라면 0.1초라도 더 빠른 선수를 부러워할 수 있다. 그리고 0.1초를 줄이기 위해 어떤 부위의 근력을 강화해야 하는지 스타트를 빨리 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등과 같은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개발자는 전혀 궁금하지 않을 내용이다. 코딩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결국 각자 그들만의 리그이다.


과몰입을 하면 모든 것이 그 관심사 중심이다. 그러면 그 세상이 무너지면 자신도 무너질지 모른다. 간혹 학생들이 학업 성적을 비관해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데 말이다. 전부가 아니니 대충 하라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되 절망하지 말자는 것이다.


노력해. 포기하지 마. 도망치지 마.


이런 말들이 아슬아슬 위태로운 그 세상을 억지로 지탱하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더 이상 관심사의 영역이 아니다. 자발적인 관심은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관심사의 영역은 과연 그럴까?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어느 관심사의 영역이든 그 세상이 무너졌을 때 피할 수 있는 지하실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어울리고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보고 듣는 것이 비슷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마저도 비슷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만의 지하실을 구축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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