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준수 Dec 02. 2023

나는 오늘도 실패했다

오늘 퇴근 후 할 일 리스트는 크게 다음과 같았다.

- 외부 강의 검토 결과 회신
- 발표 준비
- 코드 리뷰어 활동
- 글쓰기 (이 글은 아님)
- 운동

(데드라인에 임박해서 어쩔 수 없이)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을 두 개를 끝냈다. 두 작업을 합하여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그러고 나서 다음은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잠시 쉬기로 했다.


그렇게 다음 할 일의 시작을 미루다 보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에 뭘 한 것이 없다. 그냥 유튜브 영상을 보다 괜히 옛날 사진들 구경하고 그렇게 보낸 것 같다. 또 할 일을 10분 정도 소모해서 했다.


결국 너무 늦어 운동은 못할 것 같아서 어제 작성하다 만 글쓰기를 이어서 하려고 했다. 글쓰기 전에 씻으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뭘 하다가 이렇게 늦은 시간이 되었을까? 난 2시간 30분 동안 도대체 뭘 했지? 전혀 생산적인 일은 아니었는데.


그 의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내면의 나와 주고받으면서 나온 결과와 다짐을 기록하고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늘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슬로우 스타터다. 마치 홈 프로텍터처럼 슬로우 스타터라는 멋진 말처럼 포장했지만 미루고 미루는 게으름뱅이라는 것이다.


그에 반해 나는 J이다. 할 일이 명확히 리스트업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바로 언제 할 것인가다. 단순히 오늘 할 일이라는 리스트를 만든 것이지 각 항목을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첫 번째 다짐, 할 일에 대한 시간을 정하자.

경험적으로 나에게 있어서 일 진행에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함이다. 그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다. 그러면 그냥 그 시간이 되면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이런 걸 보통 루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군대에서는 늘 정해진 시간에 청소를 한다. 아무 이유가 없다. 그냥 그 시간은 청소하는 시간이니까 바로 실행한다.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헬스장에 가는 시간을 정해 놓으면 그 시간이 되면 그냥 아무 생각할 필요 없이 짐을 챙겨서 헬스장으로 가면 된다. 루틴이 고도화되면 습관이 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다짐, 달성 가능한 작은 단위의 목표를 세우자.

목표했던 할 일 전부 완료하지 못했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 할 일을 모두 다 못 한 것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우선순위나 중요도에 따라서 급한 것은 하기 때문이다. 전부 하지 못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작은 실패를 지속적으로 맛본다는 것이다. 작은 성공이 중요하듯 작은 실패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보통 달성 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달성해 내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런데 중장기적인 목표가 아닌 매일 혹은 주 단위의 목표에서 항상 실패를 맛보고 있었다. 늘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주말이 끝날 때 뭔가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고 괴로워한 이유가 이것이었나 보다. 애초에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었는지 되돌아봤어야 했다. 어쩌면 5개의 목표를 세우고 2~3개만 해내도 성공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그 정도면 성공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다만 5개라는 무게감 때문에 일의 시작을 더 미루게 되고 그 결과 1개밖에 해내지 못한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건 실패로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1개를 목표로 했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게 된다. 여기서 리스크는 그 1개마저 못하면 대실패가 되니 주의해야 한다. 그러니 1개라고 했던 것도 진짜 1개인지 다시 생각하고 더 작은 단위로 쪼개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세 번째 다짐, 실제로 일한 시간을 측정하자.

나는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아웃풋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문득 이것이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이는 시간에는 게으름으로 인해 허송세월을 보낸 시간까지 다 포함한 것 같다. 작업을 하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또 조금 작업을 하다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작업을 마치면 시작부터 종료까지 시간은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더 길었다고 하여도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로도는 실제 업무 시간보다 크다. 반면에 일한 시간보다 쉰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성취감이나 만족감은 떨어진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실제로 집중하여 일한 시간을 모두 기록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명확하게 얼마나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꼭 끝내야 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시간만 해도 되는 활동에 대한 달성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30분 책 읽기와 같은 활동은 나눠서 5분씩 6번 읽어도 목표 달성인 것이다. 그런데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집중하고 더 긴 시간을 쉬면 상대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되어 만족감이 현저히 떨어질 것 같다. 하지만 투입한 시간을 측정하고 기록하면 목표를 달성했는지 파악이 되어 성취감과 만족감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2시간짜리 일이라고 생각했던 작업이 만약 유튜브를 보는 시간까지 다 포함하여 3시간 걸렸는데 실제 집중 시간을 기록해서 파악했을 때 1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게으를 때 오히려 천재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들이는 시간에 비해 아웃풋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다. 이렇게 정량적으로 파악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다짐, 편히 쉬자.

일을 미루고 유튜브를 보고 있을 때 내가 하는 변명이 있다. '이것 또한 과업을 이루기 위한 일부분이다.' 아직도 이 말은 유효하다. 사람이 24시간 내내 일을 할 수는 없다. 하기 싫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쉬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다스릴 워밍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것이다. 이제 앞선 다짐들을 통해서 할 일을 정해진 시간에 하고 나머지 시간은 마음 편히 무조건 쉬자. 달성 가능한 작은 목표를 끝내면 추가적인 무언가를 할 생각하지 말고 그저 마음 편히 쉬자. 실제 작업 시간을 측정하여 목표 달성 수준까지 하면 되니까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도 마음 편히 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