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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Dec 22. 2024

2024년 회고록

Intro

회고록을 쓰기 전 작년 회고록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인트로는 그냥 그대로 복사해도 될 정도로 똑같은 한 해였다. 올해도 시간이 무서울 정도로 빨리 흘러갔는데 작년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존과 비슷한 포맷으로 회고를 진행하되, 작년 회고에서 도전해 보기로 한 Action Item에 대한 점검을 추가로 해보려고 한다.


지난 5년간 뭣도 모르고 그냥 회고록을 썼는데 회사에서 회고를 해보니 나는 여태까지 회고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 회고도 KPT 회고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뭔가 일이 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따라서 그건 내년으로 미루고, 올해는 간단하게 반성과 추후 개선하기 위한 방안만 도출해도 충분할 것 같다.


1) 일

교육자로 전향한 지 이제 만 2년이 넘었다. 우아한테크코스 6기 수료를 무사히 마쳤다. 작년에 신설된 안드로이드 교육 분야는 이제 두 번째 수료다. 너무 고맙고 고마운 한 해였다. 무사히 수료한 크루들에게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강의

지난 회고를 보면 강의에 대한 걱정이 참 많았다. 걱정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잘하려는 마음 때문이었다. 완벽주의자적인 성격 때문이라는 둥의 표현은 그 표현조차 낯간지럽다. 하나도 완벽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완벽주의란 말이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이지 완벽하다는 의미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잘하려는 마음에 상충되는 부족한 역량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 부분도 꽤 나아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1) 우리 조직은 늘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만약 조직 차원에서 완벽함을 강조했다면 더욱 큰 압박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대충 하거나 허술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 둘은 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강의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기준은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그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박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려울뿐더러 학습자에게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스스로 사고할 여지를 주어야 한다. 그럴 때 더욱 학습 효과도 증폭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알기 때문에 우리 조직은 완벽함을 강조하지 않는다.


2) 경험치가 쌓인다.

작년은 처음이었고 올해는 두 번째다. 이것만으로도 엄청 큰 차이가 있다. 공포증 치료 방법 중에 노출 요법이 있다. 공포 상황을 편하게 느낄 때까지 공포 대상에 점진적으로 반복 노출하는 방법이다. 강의가 공포까진 아니었기 때문에 작년에 한 번 경험한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저런 걱정들이 실제로 해보면 별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3) 크루(교육생)들은 배우러 온 사람들이다.

처음에 큰 착각을 한 것이 크루들이 이미 어느 정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항상 좀 더 깊은 내용을 다뤄야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잘 몰라서 배우러 온 사람들이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늘 상대방이 모른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쉽게 설명하자고 생각하는데도 이런 큰 착각을 한 것이다.


작년 회고 Action Item: 완벽한 계획보단 적당한 실천

작년에 목표로 했던 개인 역량 강화는 '완벽한 계획보단 적당한 실천'을 이용하였다. 계획만 하다가 끝날 것을 방지하고자 할 수밖에 없는 장치를 두었다. 그것이 바로 카카오테크 캠퍼스 2기 강의이다.


막연히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해 '공부를 해야지, 열심히 콘텐츠 준비해서 녹화 강의를 찍어 봐야지' 하는 것과 의무감과 책임감이 동반되는 일은 무게감이 다르다. 그리고 차일피일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시작해야 하는 날이 정해져 있다.


강의 후기에도 적었지만 솔직히 준비하는 기간은 힘들었다. 하지만 역시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할 것이다. 아마 그때보다는 덜 힘들이고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또한 우테코 강의의 중간 사이클이 종료된 후에 이어서 비슷한 내용의 강의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테코 강의에서 아쉬웠던 점을 바로 보완해서 적용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의에 반복 노출되면서 더 익숙해지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강의 피드백에서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큰 힘이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완벽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테크 캠퍼스의 교육생들은 쿠키즈라고 부른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별은 늘 묘한 기분이 든다. 작별 인사로 남긴 메시지를 기록해 둔다.

쿠키즈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드로이드 트랙 서준수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주간의 시간은 어떠셨나요? 한정된 시간에 여러 가지를 전달하고자 하여 수업 시간에 정말로 수업만 하기 바빴던 것 같아서 무척 아쉽습니다.

사실 개발자로 살아가는 데 프로그래밍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혹여 남들보다 과제 제출 등이 조금 늦었다고 하여 실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꽃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만개하는 시점은 모두 다릅니다. 빠르게 보다 바르게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카카오테크 캠퍼스에서의 시간은 저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크루들

작년에 수료한 5기가 어엿한 개발자로 성장하여 캠퍼스에 들렀다. 6기의 이런저런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봤다. 정말 딱 1년 전만 해도 5기도 6기와 같은 입장이었는데 그 사이 훌쩍 커버린 그들이 대견하였다. 한편으로는 지금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을 6기도 1년 후에는 지금의 5기처럼 든든한 개발자가 되어 있을 모습이 그려졌다. 그때는 지금의 불안감과 초조함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힐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 아쉬운 점은 크루들과 면담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 때문인지 크루들의 전반적인 분위기의 차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6기와 나의 관계 5기와 나의 관계 조금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7기에는 또 어떨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한 해가 끝나감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우아한테크코스의 수료식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6기를 떠나보내면서도 참 묘한 감정을 느꼈다. 올해도 그들에게 보낸 작별 인사로 회고를 대체한다.

안녕하세요. 제임스입니다.
해가 지날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네요. 그래서 올해는 역대 가장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 또 갱신되겠죠? 벌써 수료식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네요.

코치 생활을 하면서 얻는 가장 큰 기쁨이 무엇인 줄 아시나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바로 여러분들과의 만남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나가는 행인 1, 지하철 속 승객 1로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불과했을 겁니다. 어쩌면 서로의 존재조차 평생 모를 수도 있겠죠.

올해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면 5기 크루의 제임스와 6기 크루의 제임스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부족했던 것을 채우려다 보니 오히려 다른 것은 잃은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7기에는 어떤 제임스일까?’라는 설렘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우테코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어떤 것은 잃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얻어가는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요. 당장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누군가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건강을 잃은 사람에게는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또 누군가는 지금 한껏 자신감이 차오른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새옹지마라는 말을 되새깁니다. 혹시 지금 공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취업해서 너무 기쁠 수도 있지만 앞으로 큰 시련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길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X)

인생을 길게 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추후 사회에서 중역을 맡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앞으로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희망이 가득해집니다. 쉽지 않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지난 10개월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2) 이벤트 (행사 & 발표 & 강연)

작년 회고에서 개발자 행사에 조금씩 다녀보기로 했다. 올해는 7개의 행사에 다녀왔다. 그런데 이 부분은 조금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행사를 참여한다는 측면에서는 목표 달성이다. 하지만 내가 연사자이기 때문에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7건 중 5건은 내가 연사자였다. 남은 2건 중 1건은 회사 내부 행사의 오거나이저였다. 마지막 1건은 대외적으로 큰 행사이지만 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였고 팀원들이 연사자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순수한 참가가 아닌 상황인 것이다. 연사자로 참여하는 사람이 순수하게 다른 사람의 발표를 들으러 간 경우는 적다는 것이 바로 반성할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마치 읽는 사람은 없고 쓰는 사람만 있다고 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 내년엔 연사자가 아닌 청중으로 참여하는 비율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4월
  - 4.6 (토) Native vs Flutter 그리고 KMP (그래봤자 네이티브, 그래도 네이티브)
  - 4.25 (목) 우주인 밋업 (오거나이저)

7월
  - 7.10 (수) SeSAC 취업 특강 (안드로이드 개발자 레시피)
  - 7.17 (수) 구름 COMMIT 강연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 되기)

10월
  - 10.30 (수) WOOWACON 2024

12월
  - 12.8 (일) K-DEVCON 서울 : 십이월엔 셀프 회고 릴레이 (회고를 위한 회고 - Action Item의 실행 여부 점검)
  - 12.21 (토) Devfest 2024 인천 / 송도 (개발자가 더 큰 성장을 이루는 방법 (feat. 교육자))

하지만 역설적으로 칭찬할 부분도 있다. 바로 작년 회고의 Action Item의 실천이다.


작년 회고 Action Item: 무의식 중에 정한 한계 벗어나기

연사자로 참가한 횟수가 많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작년 회고에서 목표한 것에 대한 달성이다. 내향적인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오해였다는 사실을 작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남들의 이목을 받는 것은 아직도 불편하다.) 그렇게 스스로 정한 한계에서 탈피하고자 올해는 더 많은 발표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이런 목표를 가지니 내가 지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강연 요청이 오기도 했다.


발표를 할 때는 나름의 재미가 있다. 물론 준비하는 과정에는 고통이 따른다. 발표도 강의와 마찬가지로 남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좀 더 좋은 내용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준비 과정이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의 기쁨이 그 고통보다 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발표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 1명에게라도 작은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렇다고 애초에 그 정도로만 준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만족도 중요하니까.


3) 여행

나에게 휴가는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올해는 원래라면 여행을 떠날 시기에 다른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그래서 평년보다 다소 늦은 휴가를 보냈다. 그래도 늘 여행을 떠나는 연말~연시는 그대로 일정을 지켰다. 작년 말이긴 하지만 작년 회고록 이후에 떠난 여행이기 때문에 올해 회고록에 포함한다.


2023년 12월 27일 ~ 12월 31일에 대만을 다녀왔다. 2022년 12월 30일 ~ 2024년 1월 3일에도 대만을 다녀왔기 때문에 2023년에만 대만을 두 번 방문한 셈이다. 2018년에도 대만을 갔었는데 아직까지 대만 여행기는 단 하나도 쓰지 않고 미루고 있다.


올해 휴가는 아이슬란드로 다녀왔다. 혹자는 아이슬란드를 두고 여행에 미친 자들만 가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거리와 비용 등이 흠칫하게 만드는 여행지기도 하지만 나는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인생에 작은 소망이기 때문에 아이슬란드도 언젠가는 갈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순서의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엔 훌쩍 떠나봤다. 여행이란 것이 대부분 즐겁지만 아이슬란드는 정말 정말 좋았다. 가장 좋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지금까지는 스위스였지만 이제 아이슬란드다. 운전을 할 줄 알고 자연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추천한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별로 안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아이슬란드의 국토는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데 인구는 40만 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여행기도 아직 다 쓰지 않았다는 것은 함정)


https://zip-dori.tistory.com/63


Outro

자기 비하 멈춰!

반성을 많이 해야 하는데 다시 쭉 글을 살펴보니 반성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반성하는 나답지 않다. 그런데 반성만 해야 하나? 반성이라는 미명아래 나는 나를 칭찬한 적이 별로 없다. 다른 사람의 칭찬도 어색하다. 그냥 으레 하는 말이겠지 싶다.

올초에 읽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스스로를 비판하는 바로 그 순간, 나의 친구나 자녀, 심지어 반려견이 같은 문제를 겪을 때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하고 싶은지 떠올리라는 것이다. 아마 스스로를 모질게 비판하는 것과 다르게 상냥하게 말할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자기 자비를 연습하려고 한다. 이것이 내년 목표다.


내향인 집돌이의 외출

크루들과 면담을 자주 하는 것도 목표다. 아니 크루를 넘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커피챗을 하는 것이 목표다. 더불어 외부 발표와 멘토링 등도 기회가 된다면 최대한 많이 해보고 싶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외부 강의를 하고 싶다. 조금 더 도전적인 목표로 지금까지 강의해 본 적 없는 주제로 진행해 보고 싶다. 방식 또한 변화를 주면 좋겠다.


올해 반성이 적은 것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도 전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나는 열심히 산다고 잘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2024년은 조금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액션 아이템도 적절히 실행에 옮겼고. 수고했다, 나 자신! 내년에도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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