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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Aug 04. 2019

죽는 순간 후회하지 않기

간혹 공상에 빠질 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있다. 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졸린 채로 TV를 보다가 갑자기 잠든 것처럼 그렇게 한 순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할까? 내가 죽고 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슬퍼할 가족들 모습에 내가 더 슬플 것 같다. 그리고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며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겠지.


그렇다. 세상은 잘 돌아가고 계속해서 변화할 거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위인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도 세상이 멸망하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결국 죽음에 대한 생각은 '나는 오래 살아서 앞으로 벌어질 세상을 가능한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무섭기도 하고. 왜 무서울까?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


남자든 여자든, 동양인이든 서양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죽음은 틀림없이, 확실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 특히 젊고 건강할수록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외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죽음은 먼 미래에 혹은 아주 갑작스럽게 언젠가 반드시 찾아온다.


사실 죽음을 계속 신경 쓰면서 살 수도 없다. 그렇다고 마냥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해서도 안된다.


죽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런 심오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할 뿐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반드시 직면하게 될 그 순간 후회가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소한의 계획

인생은 장기전이다. 아무 계획 없이 살아가다 보면 분명 당황스러운 순간이 올 것이다. 하루하루를 버텨내기도 힘든 빡빡한 생활에 계획은 무슨 계획이냐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버텨오던 그 하루마저 버틸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여기 직장인 B가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B도 월요병에 시달리며 한 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금요일 퇴근시간만을 기다린다. 일요일만 되면 벌써부터 월요일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우울해한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한 주를 보내다 보니 금방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간다. 직장인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B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매일 괴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한 주를, 한 달을, 일 년을, 생의 대부분을 그런 시간으로 보낸 B는 이 시점에 어떤 기억들이 스쳐 지나갈까?


물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웠던 순간, 멋진 곳을 여행하며 행복했던 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순간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더라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 짧은 순간의 강렬한 기억들이 이런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왜 이 좋은 순간을 더 자주 가지지 않았을까?'


만약 B가 좀 더 젊었을 때 이 순간을 미리 상상했더라면 더 자주 행복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직장인 B : 누구는 맛있는 것 먹기 싫어서, 좋은데 놀러 갈 줄 몰라서 안 갔겠냐? 돌이켜보니 그때 조금 무리해서 여행을 갔어도 지금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것을 알겠지. 그런데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러니 돈도 아껴야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준비한 것이라면 후회 대신 만족감이 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된 계획이 아니다. 좀 더 치밀하게 계획했다면 자신의 수입에 맞게 적정한 수준의 빈도로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은퇴하고도 이만큼은 남겠구나. 사는데 지장 없겠구나.


무작정 흥청망청 즐기자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돈을 탈탈 털어서라도 여행을 가는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여행을 싫어하고 통장에 잔고가 쌓이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점은 언젠가 인생을 돌이켜보는 시점이 왔을 때 지금 이 순간을,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이다.


돈도 모아야겠고 여행도 가고 싶다면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돈 모으는 것을 선택하고 나중에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한 것에 후회를 한다면 올바른 결정일까? 주야장천 여행만 다니다가 당장 내일 끼니를 걱정하게 된다면 후회하지 않을까?


애초에 왜 그 두 가지만 놓고 고민을 하는 걸까? 단순한 답이 있는데. 돈을 더 많이 벌면 된다.


??? : 직장인 B씨, 돈을 더 많이 벌면 돼요.


사실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외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B : 그래서 어떻게 돈을 더 많이 버는데?


재벌이 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이직을 통해서 연봉을 올리는 것이다.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려면 당연히 지금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고통은 감내하기 싫고 오로지 좋은 결과만 원한다면 후회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은퇴한 B는 더 큰 고민에 빠진다. 그렇게 악착같이 살았는데 이제 뭐 하면서 먹고살지?

언젠가 찾아올 것이 분명했던 은퇴의 순간. 왜 준비하지 않았을까?


은퇴하고 하고 싶었던 일,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을 미리 조금씩만 준비했더라면 B의 고민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계획이란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다. 당장 오늘 이룰 수 있는 계획, 한 주간의 계획 같은 단기적인 계획도 중요하다. 그런 계획들이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고 그것들이 모여 결국 하나의 인생이 된다.


사실 단기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장기적인 큰 목표 하나를 두자.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할 일을 세분화하면 자연스럽게 단기 계획이 나온다.


적정 수준의 목표

계획은 어떤 목표가 있어야 생기기 마련이다. 목표가 없다면 계획을 세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의욕도 떨어진다. 목표를 정할 때는 가급적 충분히 이룰만한 수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터무니없이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면 계획조차 할 수 없다.



직장인 B : 꿈은 크게 가져야지! 그래도 이룰까 말까인데!


물론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룰까 말까 한다면 사실상 이룰 자신이 없다는 거다. 능력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이룰 만큼의 노력을 할 각오가 없는데 꿈이 알아서 찾아올 리가 만무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이 정도면 할만한데 싶은 것에 매진하는 것이 낫다. 그러면 적어도 무언가 한 두 개는 이뤄낼 수 있으니까.


물론 단단한 의지로 무장한 각오가 있다면 그 어떤 꿈이라도 이룰만한 목표로 바뀐다.


??? :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 마! 대신 옆에 작은 나무에 올라가 보기나 해!


이런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고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너무 높은 나무에 오르다가 떨어지길 반복하면 충분히 오를만한 나무도 오르기 두려워지는 법이다.



즉,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지 못한 것에 좌절하는 습관이 들면 작은 목표조차 이룰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이룰만한 목표를 차근차근 단계별로 달성해 나가면 자신감이 붙는다. 실력 향상은 두말할 것도 없다.


꿈을 작게 가지라는 말이 아니다. 꿈은 앞서 말한 장기적인 큰 목표이다. 꿈은 크게 꾸고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한 목표는 현실적으로 잡아야 한다.


직장인 B의 꿈이 30억 모으기라고 하자. 연봉 실수령액이 1억이라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30년이 걸린다.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큰 꿈이다. 따라서 그저 막연하게 꿈만 꾸고 있으면 그냥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 꿈을 진짜 이루고 싶다면 달성 가능한 목표들을 세워야 한다. 그러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작은 목표들이 계속해서 생길 것이다. 그게 바로 계획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B가 평소에 운동을 좋아했다면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꿈) 30억 모으기

1차 목표) 부수입 창출하기

계획 1)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제로 하는 유튜버로 데뷔하기

 계획 1-1 : 다음 주까지 유튜브 계정 만들기

 계획 1-2 : 12주간 주말에 동영상 편집 방법 배우기

 계획 1-3 : 평일에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 하기

계획 2) 웨이트 트레이닝에 관한 책 쓰기

 계획 2-1 : 유튜브 구독자 1만 명 달성하기

 계획 2-2 : 웨이트 트레이닝 관련 블로그 시작하기

 계획 2-3 : 보디빌딩 대회 출전하기

보너스) 건강해짐, 병원비 절약, 몸 관리로 인한 군것질 및 음주 비용 절약



물론 계획한다고 해서 모든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룰만한 수준의 목표는 달성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이뤄낸 성과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기회들을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혹시 다른 기회들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괜찮다. 여전히 부분적 성과는 남아있고 훗날 돌이켜봤을 때 후회보다는 성취감으로 인한 뿌듯함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에 만족하기

새로운 도전이 아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결국 현재 삶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만족스러운 생활 중이라면 죽음 앞에서 두려움은 있을지언정 후회 따윈 없을 것이다.


2005년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 축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When I was 17, I read a quote that went something like: “If you live each day as if it was your last, someday you'll most certainly be right.” It made an impression on me, and since then, for the past 33 years, I have looked in the mirror every morning and asked myself: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And whenever the answer has been “No” for too many days in a row, I know I need to change something.
- Steve Jobs


(제가 17살일 때, 저는 다음과 같은 인용문을 읽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매일 당신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당신은 아주 올바르게 산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그 문구에 감명받았고, 그 이후로 지난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 보고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고 한 일을 하고 싶을까?" 그리고 며칠 연속 대답이 "아니요"일 때마다, 제가 뭔가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죽음의 순간을 염두에 두고 삶의 방향을 결정한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도 할 일을 계속해서 해왔던 인생이라면 진짜 마지막 순간이 찾아와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대부분은 No라고 대답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Yes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다.


재벌이 모두 행복한 것이 아니듯 가진 게 더 많다고 모두가 만족하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안빈낙도의 삶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벌어도 늘 미소를 짓고 행복해 보이는 동료가 주변에 한 명쯤은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자.


욕심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으면 비로소 만족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혹시 No라는 대답을 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인생에서 큰 벽을 만나는 이유는 그 벽 뒤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으면 벽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 자체를 후회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없고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없는 처지라면
그대의 인생길은 당연히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많은 장애물을 만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의 장애물은 하나의 경험이며 하나의 경험은 하나의 지혜다.
명심하라.
모든 성공은 언제나 장애물 뒤에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 이외수


처음부터 너무 큰 장애물을 만나 삶이 너무 괴롭다면 잠시 내려와서 작은 장애물부터 차근차근 넘어가자. 자신의 체력으로 충분히 오를 수 있을만한 벽에 오르자. 그리고 곧 만날 보상에 행복해하자.


이미 모든 것을 가져서 만족할 수도 있고,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해서 만족할 수도 있고, 앞으로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만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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