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24일 자 신문에 마지막 칼럼이 실렸다. 내 고향 지방지에 3년간 필진으로 참여했는데 새해 필진 개편과 함께 그만두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신문에 칼럼을 싣는 건, 신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작년에, 한해만 더 하고 내려놔야지,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다.
교사가 필진인 칼럼은 주로 교단 일기류가 많다. 내가 참여한 칼럼은 <사는 이야기>로, 여러 직업의 칼럼니스트가 함께 참여한다. 난 교육계에 관한 내용으로 국한하지 않고, 에세이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로 썼다. 내 책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에세이도 칼럼으로 실었던 글이다.
제일 기억에 남는 칼럼은, 비민주적인 학교 사회의 구성원인 교사가 아이들에게 민주 시민의 자질을 가르쳐야 하는 아이러니에 관해 썼던 글이다. 교장 선생님들의 성찰과 각성을 촉구하며 끝나는 그 글은, 내 칼럼을 주로 읽으시던 교장 교감 선생님을 뜨악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지역 신문이다 보니, 관내 학교의 교직원들이 가끔 칼럼을 읽고 잘 봤다고 연락 주실 때가 있었다. 어떤 교감선생님은 내가 쓴 칼럼을 보시고, 포럼 행사에 패널로 (감사하고도 부담스럽게도) 초청해주셔서 한 번 참여한 일도 있었다.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다. 더 큰 규모의 두 번째 포럼은 정중히 거절했지만.
마지막 칼럼은 교단 이야기로 장식했다. 내용의 대부분은, 이번에 만든 문집의 서두에 실었던 편지에서 가져왔다. 시기적으로도, 마지막 칼럼으로도 나쁘지 않은 연말 인사 같아서. 일부를 실어본다.
올해 우리 모두는 작은 행성들처럼, 방역 지침에 따라 정해진 궤도만 계속 돌고 돌았던 것 같습니다.
정해진 궤도를 똑같이 도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러분들은 열심히 글과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해왔습니다. 그것들은 각각의 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별똥별처럼 또 다른 궤적을 그리며 멋지게 날아갑니다. 사람들은 별똥별을 보며 감탄을 하고,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온 별똥별 같은 작품들은 누군가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여러분이 남긴 글을 읽고 편집하면서 이미 그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래, 티 나진 않았지만 계속 이렇게 쓰고 있었단 말이지?’ 하는 생각에 대견하고 뿌듯했습니다.
새해에도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같은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그렇게 답답하게 움직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린 뭔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마스크를 쓰고, 일어나서 마음껏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였던 그 순간에도, 여러분의 글은 태어나고, 생각은 꽃처럼 피어났던 것처럼요. 서늘한 공기만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텅 빈 교실에서 두 권의 문집이 탄생했던 것처럼요.
우리는 그렇게, 아무 일도 못 할 것 같고, 무력한 그 순간에도 자신의 뭔가를 피워내 왔습니다. 우리는 꼼짝없이 궤도를 따라 도는 행성 같지만, 저마다 멋진 궤적을 그리며 자유롭게 날아가는 별똥별을 남기는 2021년이 되길 바랍니다. 4학년 2반 친구들, 모두 올 한 해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