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깔끔한 범죄극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읽고
비에 젖은 백사장이 보이는 제주도 함덕의 카페에서 오후를 보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제임스 M. 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읽었다. 50페이지 남짓 남은 분량을 완독 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을 읽고 나면, 항간에 떠도는 어떤 이야기들의 원뿌리에 닿은 기분이 든다. 오랜 세월 동안 사방으로 뿌리를 뻗으면서 변주된 이야기들을 길러낸 원형 말이다. 이 책 역시 현대 범죄소설의 원형에 가까운 이야기다. 한 부랑자가 주유소가 있는 작은 휴게소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젊고 매력적인 주인집 여자와 눈이 맞아 주인 남자를 함께 죽인다는 내용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가 긴박함을 만들어낸다. 1930년대에 썼는데 구닥다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읽는 내내 긴장감이 유지되고, 단 한 부분도 지루한 데가 없다.
이 치정극엔 꽤 낭만적이면서 까다로운 조건이 존재한다. 먼저, 떠돌이인 주인공이 우연히 간 휴게소 식당에서 매력적인 여성을 발견한다. 둘째, 주인 남자는 주인공에게 호의적이며 적극적으로 거기서 일하라고 권한다. 셋째, 그 매력적인 여성도 주인공의 매력에 빠진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했다면, 그 치정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은 비록 떠돌이지만, 매력녀를 홀릴 정도로 매력이 넘쳐야 한다. 나를 포함해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라면 범죄를 저지를 것인가, 안 할 것인가, 하는 도덕적 선택까지도 못 갈 것이 분명하다. 이런 류의 씁쓸함은 뭐지. 독자의 눈총을 이겨내는 주인공은 드물다. 이 젊은이도 결국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거장의 깔끔한 범죄극에 빠져보고 싶다면, 여름이 가기 전에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여름휴가, 해수욕장과 바다가 중요한 극적 장치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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