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로서의 페이스북
글을 매개로 한 메타버스의 공간
페북은 글을 매개로 한 메타버스의 공간이다. 페북에서 '또 다른 나'가 왕성하게 활동한다. 그 속의 나는, 나이면서 엄밀한 의미에서 내가 아니기도 하다. 내 정체성의 일부를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하고, 만들어진 이미지이기도 하며, 나의 다른 면을 부각하는 부캐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의 페북 아이콘을 누르는 행위는, 매트릭스에 접속하기 위해 머리 뒤에 커넥터를 연결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페북엔 직접 만나진 않지만 이웃들이 있고, 서로의 생각에 이러저러하게 의견을 더하기도 한다. 기록 저장고의 기능을 넘어서서 상호작용과 개인의 성장까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누군가에게 페북은 실제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세계다. 페북에서 일어난 일들은 내 생각과 기분을 지배하고, 그건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우린 이미 메타버스의 원리가 지배하는 삶 속에 살아가고 있다. 메타버스가 그 전망만큼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많은 이들이 페북에 접속하여 서로의 삶을 나누고,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듯이, 어떤 걸 매개로 하건 자기를 끊임없이 확장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사람의 욕망은 검증 가능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메타버스는 우리의 상상력이 닿는 곳까지 다각화되고 확장될 것이다.
VR이나 AR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하고 상용화에 이른다고 해도, 글을 매개로 한 가상의 공간이 쇠하진 않을 것이다. 사진 기술이 발달했다고 그림이 쇠퇴하진 않았듯, 글은 시각적으로 재현된 우리의 모습, 그 이면의 것,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