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슬주 Jan 31. 2024

동네 활용법(2)

식당에서 건강과 사회성 키우기

대학과 산이 있어서 근처에는 식당이 많다.

산 중턱에 맛집들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해서 오프라인 수업에서 만난

동기 선생님하고 같이 방문한 적이 있다.

단풍이 절정이었다.



동기 선생님이 직장인이라

어쩔 수 없이 주말에 가게 되었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넘쳐났다.

방송에 나온 곳은 웨이팅이 걸려 있었고,

그저 그래 보이는 식당도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렇게 여러 곳을 방문하다 구석진 곳에

한옥으로 지어진 식당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여긴 제주도 카페

한옥으로 지어진 식당에

조선족으로 보이는 직원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메뉴판을 툭 던지고

정해지면 불러달라고 했다.

이곳은 신선들이 사나?

메뉴에 쓰여 있는 가격은

산 아래의 물가와 많이 달랐다.

1인 정식이 기본이 3만 원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기본 정식은 마감이 되어서

5만 원대 정식부터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5만 원이 넘는

한식 정식 2인분을 시키고 기다렸다.

제주도 만원 생선구이정식. 맛있었다.


음식값은 아무래도 한옥 인테리어할 때

빌린 대출금과 이자 때문인 듯

반찬은 빈약했고 메인 요리는 허접했다.

맛? 먹을만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영어 단어가 eatable.

먹을 수 있는?


서빙하는 직원은 불친절했고,

옆테이블에 앉은 거하게 취한

등산객들의 큰 말소리에 같이 온 동기 선생님과

대화가 불가능했다.

서둘러 먹고,

밖으로 나와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걸어 다니며 이야기했다.

이곳은 다른 집. 맛있었다


그 뒤로는 산 중턱에 있는 식당에 가지 않는다.

온라인 수업에서 친해진 수강생들과

강사들이 이곳에 있는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난 이유를 대고 참석하지 않았다.

수강생 단골집이라 맛집이라는 확신은 있지만,

소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돈 내고 먹는데

대단한 대접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친절한 직원을 참을 인내심도 없었다.


산 아래는 주택가, 전통시장, 대학가, 산 초입이라는

지역 특성상 저렴한 식당이 많다.

산 초입 횡단보도 근처에는

이른 저녁 시간에 방영되는

생생정보통 같은 방송에도

나왔을 정도로 저렴한 식당들이 있다.

이전에는 모든 메뉴가 3천 원이었고,

지금은 올라서 4천 원~5천 원이면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같은

우리가 식당에서 자주 시키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곳은 방문하는 연령대가 높고,

간단한 반찬하고 찌개, 밥만 나오는데

내가 집에서 요리한 맛이 난다.

그러니까 맛있지는 않지만

수긍되는 가격이라 만족도가 높다.

테이블이 다닥 붙어 있어서

불편한 마음에 포장해서 먹은 적이 있는데,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외국 사람들도 먹방이라는 단어를 알 정도로

먹는 방송이 유명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있다는 표시로

먹을 때 소리를 많이 낸다.

그러다 외국 남자친구를 만나서

밥 먹을 때마다 불편해하는 표정을 보고,

내가 꽤 요란하게 먹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스파게티를 후루룩!

면치기 하면서 먹지만

외국에서는 숟가락 하고 같이 주는 게

포크로 면을 집어서 숟가락에 돌려서

한 입에 쏙 들어갈 모양으로 만들어서 먹는다.

그러니까 외국에서는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기본 예의가 없는 사람들이

소리 내서 먹는다고 했다. (진짜?)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들린다!  

"도그 이트 노 터치 Dog eats No touch"

라로 할 뻔할 정도로 사소한 걸로 눈치 줘서

당시에는 짜증이 났었다.

헤어지자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건가?

그런 의심도 들었다.


그 뒤로 외국애들하고

같이 밥 먹을 때 지켜보니

소리가 나더라도 최소한으로만 냈다.

면치기 없다!

입 벌리고 쩝쩝 거리는 애들은

정말 기본적인 매너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건 내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 나도 음소거 식사를 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옆 테이블에서

후루룩 짭짭.쑤읍..후~~~.쩝쩝

나는 소리에 신경이 너무 쓰였다.

그새 외국물 좀 먹었다고 많이 변해 있었다.

제주도에 혼밥 했던 식당.


그래서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 음식을 식당에서 먹을 때,

옆에서 심하게 소리를 내는 사람을 만나면

자리를 이동했다.


내가 단골로 가는 중식당이 있다.

사장님이 직접 서빙하시는데, 너무 친절하다.

여름에는 꽁꽁 얼은 얼음물을,

겨울에는 따뜻한 보리차를 주신다.

1인 메뉴가 따로 있는데,

항상 짜장면+탕수육 세트를 시킨다.



요즘 물가에 8,900원으로

짜장면하고 탕수육을, 편한 분위기에서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이 식당을 애정하는 이유는

혼자서 4인 테이블에서 앉아

천천히 먹어도 눈치 주지 않는 친절한 사장님

양이 적지도 많지도 않아서 남김없이

다 먹었을 때 느끼는 기분 좋은 포만감 때문이다.


그리고 오픈한 지는 조금 되었지만,

지난달부터 열심히 홍보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다 왔다.

후기를 검색했을 때는

전부 업체에서 작업한 글들만 있어서

살짝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외관은 멋졌다.



날이 많이 춥던 어느 날,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내려가는데

몸이 으스스 떨림에도

맛있는 음식에 맥주를 곁들이고 싶었다.

동네에서 맥주를 마실만한 곳 중에서

혼자 마실 곳이 없다.

대학생들 혹은 집 가기 전에 입가심으로

맥주 마시러 온 중년 등산객들이

주로 있어서 혼자는 뻘쭘했다.

그래서 혼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다.

분위기도 좋고, 브레이크 타임이

바로 끝난 오후 5시에 가서

창가 쪽에 자리가 있었다.

항상 산책하면서 봤던 하늘과

2층 아늑한 식당, 창가 자리에서 본 풍경은 달랐다.

뭘 시킬까?

소고기크림파스타에 생맥주를 시켰다.


손 씻으러 갔다 오는 길에 식당 이곳저곳을 찍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동네에 누군가 놀러 오면

여기서 맛과 분위기를 챙기면 되겠구나.


맥주하고 간단한 안주 주셔서 홀짝 마셨다.

항상 반주로 즐겨서  그런지,

빈 속에 맥주가 훅~ 들어가니 금방 취기가 올랐다.

그리고 소고기 크림 파스타가 나왔는데,

흠..........

여기는 분위기만 챙겨야겠구나

그런 마음으로 후다닥 먹고 나왔다.

오랜만에 생맥 마셔서 좋았다.


식당에서 먹기보다는

주로 포장해서 집에서 먹는다.

그리고 내 핸드폰에는 배달어플이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도 배달비가 아깝고,

운동할 겸 미리 전화하고 가서 픽업해 오면

운동도 되고 돈도 절약된다.

만약에 은둔 생활에 이런 사소한 외출까지 없었다면

밖이 무서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이 싫어 집에 뿌리를 내릴 때도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지라

원하는 만큼 숨어있다가

나갈 수 있는 작은 용기라도

남겨둬야 된다고 혼자 각인시켰다.

그렇게 거리상으로 가깝고 심적으로 친근한 동네를

부지런히 돌아다녔는지도 모른다.

이전 09화 동네활용법(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