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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Feb 07. 2024

내 취미는 강연 듣기

독서보다 강연

경기가 침체될수록 사람들의

TV 시청 시간이 늘어난다고 한다.



경제적이면서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였던 TV시청이

언제부턴가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예능은 카르텔이라고 해야 하나?

일부 연예인들이 인맥을 거미줄처럼

엮어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포획했는지,

채널하고 프로그램만 다르지

같은 얼굴들이 나왔다.

소재, 스타일, 에피소드 모든 것이 비슷했다.

드라마 역시 소재만 조금 달랐다.

배우도 역할만 다를 뿐 나온 사람이 또 나오고,

흐름도 비슷했다.

거기에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많은 웹툰이 드라마화되면서

보고 싶은 드라마가 점점 줄어들었다.


은둔 생활을 하면 24시간을

오롯이 혼자 보내게 된다.

하루에 많게 9시간을 잔다고 하면

15시간이 남는다.

15시간은 900분. 숫자로 보면

꽤 크면서 길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난 하루가 너무 짧았다.

은둔형 외톨이들 몇 명이 모여서

그들의 생활을 이야기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랬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도 같겠죠"


정말 그랬다.


은둔 생활 초기에는 TV 앞에서

리모컨으로 채널만 바꾸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고,

숨 쉬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지던 시기였다.

TV 모니터 밝기에  

눈이 부실 때 형광등을 켰다.

그렇게 점심에서 저녁으로 시간이 넘어갔고,

볼만한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시 침대에 앉아서 웹툰을 봤다.


웹툰도 식상해지고,

잠도 오지 않는 시기가 됐을 때,

오래전에 청소하면서 유튜브에서 자주 들었던

"세바시" - 세상을 바꾸는 15분 강연을 다시 봤다.



각 분야에 성공한 위치에 올랐거나,

책을 출판한 저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흙수저가 금수저 된 이야기가 많았고,

경제, 과학, 사회적으로 알았으면

좋은 내용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입소문이 타서 구독자도 늘었고,

강연자들도 더 다양했다.


침대에 누워 세바시를 시청하다,

이렇게 짧은 영상 말고

조금 더 길고 유익한 내용으로 구성된 강연을 보는 건 어떨까?


우선 돈이 들지 않아야 하고,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검색하니, 양질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많았다.

가장 많이 알려진 외국사이트로는

Edx, coursera(코세라),

Udemy(유데미)가 있었다.

코세라하고 유데미에 괜찮은 강의는

유료라서 초기에는 Edx를 듣다가



전문 분야를 100% 영어로 듣기에는

진도가 너무 안 나갔다.

모르는 단어 찾아보고,

다시 돌려보고.

그러다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흥미를 잃었다.


다음에는 우리나라 사이트를 알아봤다.

가장 먼저 가입한 사이트는

경기도평생학습포털 G-seek이었다.



외국어, IT, 자격증 이외에 다양한 강의를 볼 수 있는데,

Edx를 통해 알게 된 내 영어 실력을 향상할 목적으로

영어 강의를 봤다.

그런데 쉬워서 또 잠들었다.

영어 말고 다른 것을 공부하자.

요가, IT 강의는 따라 하지 않고

강사의 말과 행동을 보기만 했다.

실습이 필요한 강의를 들을 열정이 없다는 상태를 자각하고,

누워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강의를 찾았다.

그때, K-mooc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서울대, 고려대 강의를 들을 수 있다니!!!

유레카!

G-seek한테는 미안한데 바로 갈아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라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해서

다양한 강의를 공짜로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좋아하는 교수님 범죄심리학 강의를 듣고,

명문대 교수님들의 강의를

매주차 들으면서 토론에도 참여해서 내 의견을 썼다.


K-mooc를 거의 매일 들어갈 때,

Coursera(코세라)의 유료강의를 볼 수 있는

무료구독권을 신청하라는 글을

메인에서 봤다.

그래서 신청해서 코세라 하고

유데미 구독권을 받아서

무료로 강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코세라에서 유일하게 Tesol 자격증을 주는

애리조나 대학에서 제공하는 테솔 강의가 있었다.

신청해서 듣기 시작한 지는 거의 1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 자격증을 따지 못했다.

기한에 대한 압박도 없고,

꾸준히 들을 끈기하고 열정이 없었다.


내가 학습지 교사를 다시 할 것도 아니고.

그것 들어서 뭐 하겠어. 자기 합리화가 심해지면서

서서히 멀리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강의를 보며 보냈다.

진득하게 듣기보다 음식으로 따지면

떡볶이 한 입, 김밥 한 개, 어묵 하나 먹고

피자 한 조각 입에 넣고 콜라를 마시다,

짬뽕을 먹다 탕수육을 먹는.

그러니까 이것저것 하다 보니

뭔가 많이 공부한 것 같은데 남은 것이 없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지만,

쉽게 선택하고 집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새로운 강의를 볼 때마다 떨렸다.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새로운 장비나 장소를 보면

흥분하는 것처럼,

나 역시 새로운 강의를 보면 신났다.


그렇게 강연시청은 내 은둔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공짜 취미가 되어

은둔과 백수 기간을 더 연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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